▲ 백필규(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새해가 밝았지만 한국경제의 앞날은 전혀 밝지 못한 것 같다. 대외적으로는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는 중국과 엔저의 칼날을 들이대는 일본 사이에서 경쟁력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각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주장해 갈등만 커지고 성장도 분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던 경제수장들의 진단을 빌리면, 2015년은 개혁의 골든타임을 이미 놓쳐(진념 전 부총리) 중간급 이상의 경제쇼크가 일어날 수 있는(이헌재 전 부총리) 총체적 위기의 상황(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경제주체들은 모두 인고의 시절을 맞게 될 것이고(조순 전 부총리) 심지어는 국운이 다하지 않았나(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라는 탄식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에도 석유위기, 외환위기, 글로벌금융위기 등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잘 극복해왔던 왕년의 경제수장들이 이번에는 왜 이렇게 한 목소리로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는 것일까? 과거의 위기 때는 우리의 대응능력이나 해외의 양호한 환경에서 위기를 극복할만한 출구가 보였던 반면, 이번 위기는 국내와 해외 어디에서도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배경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제상황
해외요인이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국내의 대응능력에서마저 자신감을 잃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미래비전의 혼돈과 미래비전을 실행해나갈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먼저 미래비전의 문제부터 살펴보면 모든 국민이 납득하고 공유하는 비전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 물론 정부가 내거는 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창조경제, 4대개혁,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화려한 비전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이들 비전은 국민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동참할만한 비전과는 거리가 멀다.

60년대의 경제개발시기에는 ‘우리도 잘 살아보세’라는 비전이 있었고 외환위기 때는 ‘나라 살려보세’라는 비전이 있었다. 그런 비전을 국민 모두가 공유했기에 공장에서 저임금에도 죽도록 일했고 새마을운동으로 농촌을 바꾸었고 ‘금모으기 운동’으로 부채를 상환했고 노사가 함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시스템을 바꿀 수 있었다.

국민 설득·공유할 수 있는 비전 제시를
그러나 현재는 어떠한가? 모호하고 추상적인 비전은 넘치지만 국민 모두가 납득하고 동참할만한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 모두가 납득하고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알기 쉬운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이 돼야 할까? 국민 개개인의 생활기반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성장과 분배가 함께 가야 한다고 한다면 이것을 ‘함께 잘 살아보세’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그러나 이런 비전을 만들어도 비전을 앞장서 실행해야 할 리더가 ‘함께 잘 살아보세’가 아닌 ‘나 혼자 잘 살아보세’의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비전은 실현되기 어렵다. 300여명의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의 선장이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지만 우리나라의 리더들 중에는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함께 잘 살아보세’의 마인드에 투철한 리더가 각계에 포진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전략을 구성원들과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노력이 필수불가결하다.

이것은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위기에 직면해 ‘나 혼자 잘 살아보세’가  아닌  ‘함께 잘 살아보세’의 구체적 전략을 직원들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이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이뤄진다면 우리나라는 위기극복은 물론 새로운 창조경제 모델을 통해 또 한번의 기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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