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말기 인간불신(人間不信) 사상가이며 ‘성악설’(性惡說)을 논리적으로 완성한 한비자(韓非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차를 만드는 목수(木手)는 사람들이 빨리 부자가 되고 출세하기를 바라고, 관(棺)을 만드는 목수는 사람들이 빨리 죽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마차 목수가 선인(善人)이고 관 목수가 악인(惡人)이 아니다. 마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부자이거나 출세한이고 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사람이 죽었을 때이다.
▲군주(君主)가 신하를 등용할때 두가지 고민을 겪는다. 첫째는 유능한 신하일 경우고 둘째는 무능한 신하일 경우이다. 재능이 많고 유능한 신하가 군주에 유익하다. 그러나 재능이 많고 유능한 신하는 그 재능을 군주를 위해 발휘하지 않고 자기 개인의 출세와 발전을 위해 발휘하고, 이것이 기회다 싶으면 군주를 밀어내거나 죽이고 자기가 군주를 노린다. 때문에 유능한 신하는 항시 경계가 필요하다.
반대로 무능한 신하는 그러한 경계는 필요치 않으나 이렇다 할 공을 세우지 못하니 군주의 위신과 권위가 추락한다.
▲제(齊)나라 실력자 전유(田蹂)는 아들 전장(田章)에게 말했다.
“군주는 신하에게 벼슬을 팔아서 신하의 능력을 산다. 신하는 군주에게 자기의 능력을 팔아서 벼슬을 산다. 사람을 믿으면 그자의 지배를 받는다.”
▲의원(醫員)이 자기 입으로 환자의 곪은 종기의 고름을 빨아내기까지 하는 것은 ‘인술’(仁術)이 아니고 이익을 위해서이다. 인술도 채산성(採算性) 없이는 성립이 안된다.
이같은 사례들은 어제도 오늘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각기 직업에 따르는 생활수단이다. 단지 한가지 공통점은 이해(利害)관계가 선악(善惡)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어느 제조업회사의 전무가 말했다.
“언젠가 내가 얘기했던 우리회사의 K군이 며칠전에 부장이 되었다. 우리회사 창립 10년이 넘었지만 28세에 부장이 된것은 K군이 처음이다. 보기 드물게 유능하고 재능이 특출해 라이벌 회사의 스카우트 대상이기에 부장으로 진급시켰다. 너무 유능하다 보니 부려먹기가 힘들지만 대체로 경영자는 유능하고 재능이 있는 사원을 원한다. 그것은 사원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그는 이른바 ‘악의 발상(發想)’으로 곧잘 해내기 때문이다.”
전무가 ‘악의 발상’이라 했는데 마음에 드는 표현이다. K부장은 무엇인가 비정상적 생각이고 어딘가 온당치 않는 발상을 한다. 이를테면 상사의 자리를 넘본다거나 노력하지 않고 쉽게 출세한다거나 가만이 앉아서 돈을 벌고싶다 하는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나 대개는 그러한 생각에 그친다. 그러나 K부장은 그러한 생각을 행동으로 적극화한다. 어쩌면 K부장이 한비자가 말하는 유능한 신하일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이해관계에 서면 거의가 선악보다 이해관계에 우선한다. 그래서 小人輩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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