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두통에 시달리면서 한숨도 못 잔 토요일 밤이었다. 가벼운 트레킹이라도 하면 나아질까 하는 생각으로 일요일 아침 단양을 향해 달려간다.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된 후로는 금새 단양에 다다른다. 유난히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둥실 떠 있는 모습에 지친 심신이 다소 나마 편안해진다. 아름다운 소백산을 지척에 두고 있는 단양. 단양에는 단양8경으로 꼽히는 절경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모든 것을 제쳐 놓고 단양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영춘면에 있는 온달산성과 구인사로 향한다.

고구려 명장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전설이 간직돼 있는 온달 국민관광지. 일요일인데도 썰렁하기만 하다. 천천히 산길을 따라 산성으로 향한다.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말에 여유를 부려본다. 계단을 벗어나면서 이내 흙길이다. 들국화와 이름 모를 가을 꽃이 피어있고 간간히 길가에 떨어진 도토리도 눈에 띈다. 한없이 위를 향해 올라가야 하는 산길이라서 숨이 목까지 걸린다. 구슬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헉헉거리면서 오르니 팔각정 전망대가 나선다. 팔각정에 올라 잠시 한숨을 돌리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으로 하산하는 등산객을 만난다. 그들의 손에도 도토리가 들려 있다.
위로 올라가면 도토리가 지천이고 2~3분만 오르면 성곽이라면서 운동부족으로 땀을 비오듯 쏟아내는 필자를 위로한다. 성곽 안내판을 지나니 이내 그늘진 성곽이 모습을 드러낸다. 납작한 돌로 켜켜히 견고하게 잘도 쌓았다.
온달산성(사적 제264호)은 고구려 평원왕의 부마이자 평강공주의 남편인 ‘온달장군’이 신라군과의 전쟁 때 쌓은 성이다. 이곳에서 끝까지 싸우다 전사한 온달장군의 넋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산성의 이름. 축성연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신라와 고구려의 영토 확장의 전초기지로 온달장군이 신라군을 방어하기 위해 쌓았다고 한다. 성은 성산(427m)의 정상을 향해 빙 둘러싸고 있으며 성 길이는 682m. 성곽 안에는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성곽 위로 오르면 남한강의 물줄기와 겹겹이 다가서는 소백산 줄기의 산자락이 가을 하늘과 어울려 장관을 연출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묵은 체증이 한눈에 녹아 내린다. 절벽 위에 올라와 있는 듯 아찔하면서도 짜릿하다.
좀더 위에서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으로 성터를 밟으며 정상으로 오른다. 구인사쪽에서 걸어왔다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을 만난다. 그들 손에는 한아름 들풀이 들려져 있다. 무엇인지를 물어보니 구절초란다. 그들이 가르쳐준 인진쑥은 지천으로 널려 있다. 공해 하나 없는 맑은 산자락에서 자란 구절초의 약효야 설명이 무어 필요하리. 이어 어린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온 등산객도 만난다. 초등학생인 듯한 어린아이는 공기가 너무 좋다면서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인다. 그 어찌 컴퓨터 앞이나 도심의 공기와 비견될 수 있겠는가. 이 기분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일. 산성의 역할이야 유명무실 해졌고 흐르는 역사이야기도 세월에 묻혀 졌지만 이 절경을 감상하지 못하고 스쳐 지나치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다.
초가을 들풀과 높아진 하늘이 빚어내는 수채화는 이 시점이 아니고서는 보기 힘들 듯하다. 또 산성 지하에는 온달동굴(천연기념물 제261호)이 있다. 온달동굴은 온달장군이 수양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남굴이라고도 하며 길이 700m의 석회암 동굴로 다채로운 종유석과 석순이 있다.
단양에는 도담삼봉, 석회 종유석이 있는 고수동굴과 석회암층 천연동굴인 천동동굴, 5억년전에 생성됐다는 노동동굴 등 동굴 탐험지가 많다. 그 외 용담이라는 작은 소가 장관인 다리안국민관광지를 비롯해 남한강 강변 드라이브도 즐길만하다. 또 래프팅과 패러글라이딩도 즐길 수 있다.
■자가운전 : 서울~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 이용~매포IC~도담삼봉~595지방도~신단양대교 건너면 고수동굴과 천동관광지구~다리건너 우회전 하면 노동동굴(기촌리~노동간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6km 지점에 위치). 좌회전하면 영춘 방면으로 가게 된다. 강변 드라이브~온달산성 팻말따라 우회전하면 구인사와 온달관광지. 래프팅은 영월방면으로 가면 된다.
■별미집·숙박 : 단양읍내의 대교횟집(043-422-6500)은 올갱이국 맛이 좋고, 마늘 돌솥밥을 잘하는 장다리식당(043-423-3960), 묵밥을 잘하는 오학식당(043-422-3313)등이 있다. 또 온달산성 가는 길에 지나게 되는 가곡면에는 동자개매운탕으로 소문난 포장마차(043-422-8065)가 괜찮고 남천계곡 가는 길에는 전원카페 성골촌(043-423-5535)도 좋다. 황토민박동이 따로 있다.
숙박은 단양 대명콘도(043-420-8311)를 비롯해 단양관광호텔(043-423-4231)이나 여관을 이용. 두산에는 드림마운틴(043-422-4554, 011-481-8324) 펜션이 있다. 새로 지어 깔끔하다. 밤하늘 별빛이나 낙조 감상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이 혜 숙 여행작가(http://www.hyesoo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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