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는 가격에 수준 높은 공연을 기다렸다면 이제 웃어도 된다. 서울문화재단 산하의 남산예술센터가 올해 공연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창작 초연작 4편과 레퍼토리 1편, 외국 극단과의 공동 제작 2편 등 총 7개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예년과 변함없이 실험성 강한 다채로운 작품들이다. 40대 연출가 7명의 작품들로 구성해 ‘오늘,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7개의 시선’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동시대 창작 초연극을 공동 제작하며 ‘한국 현대연극의 메카’로 자리 잡은 남산예술센터의 2015년 시즌 프로그램을 알아본다.

첫 무대는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김승철 연출, 3월12~29일)이 장식한다. 극중극 형식으로 공연과 현실을 넘나들며 여러 사건들이 좌충우돌한다. 유치하고 과장된 언어 등의 표현으로 동시대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발생한 사건들을 소재 삼아 허상을 쫓는 시대적 자화상을 그려 내겠다는 의도다. 코믹액션무협판타지를 표방한 창작극으로 띄어쓰기 없이 내놓은 제목처럼 장르도 특이하다.  

4월엔 세월호 사고 1주기 추모 공연 ‘델루즈 : 물의 기억’(제레미 나이덱 연출, 4월16~25일)이 관객을 만난다. 호주 시인 주디스 라이트의 ‘홍수’를 모티브로 음악, 몸짓, 무용 등을 결합한 비언어극으로 한국과 호주 예술가들의 협업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세번째 공연은 남산예술센터의 대표적 레퍼토리 ‘푸르른 날에’(고선웅 연출, 4월29~5월31일)다. 2011년 초연 이후 올해로 다섯번째 무대를 올리는 연극으로 주목할 만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삼았지만 단순히 과거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오늘, 우리’의 시선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해 평균 객석점유율 98%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공연에는 초연 멤버들이 무대에 선다.

열정의 계절 여름에는 ‘햇빛샤워’(장우재 연출, 7월9~26일)가 무대에 오른다. 이야기꾼 장우재가 쓰고 연출하는 연극이다. ‘여기가 집이다’ ‘환도열차’ 등으로 그만의 특별한 스토리텔링을 전개행 온 이야기꾼 장우재의 신작이다. 지난해 낭독 공연으로 처음 관객과 만난 ‘햇빛 샤워’는 우리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로, 부조리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날것 그대로의 직설화법으로 가난한 자가 가난한 이를 죽이는 이야기다.

가을엔 번안극을 재해석하고 우리 사회에 맞게 녹여낸 작품들이 관객과 만난다. 연극 ‘변신’(김현탁 연출, 10월7~18일)과 ‘태풍기담’(다다 준노스케 연출, 10월24~11월8일)이다. 우선 ‘변신’은 전위적 실험으로 주목받는 연출가 김현탁이 프란츠 카프카의 원작을 그만의 도발적이고 신랄한 감각으로 재구성한다. 현대인의 파편화된 삶 등 우리 사회를 날카롭게 꿰뚫을 작품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태풍기담’은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양국이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한국과 일본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100년 전 한국과 일본 간 불행했던 과거사를 돌아보는 작품으로 양국 관계를 연극적 상상력으로 새롭게 담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의 마지막을 장식할 작품은 연극 ‘치정’(윤한솔 연출, 11월19일~12월6일)이다. 도발적 풍자의 세계를 선보여온 극단 ‘그린피그’와 남산예술센터의 세번째 협력 작품으로 각종 죄악과 폭력 이면에 드러나는 사람 간의 정치적 관계를 그린다. 이른바 잘못된 만남, 불륜, 사랑의 이면에 드리워 있는 권력관계, 현대인의 결핍과 과잉, 폭력과 단절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 글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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