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남아 있는 한 디즈니랜드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디즈니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남긴 말이다. 그의 말처럼 디즈니는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구현해 내며 기업 가치를 높여 가고 있다. 디즈니는 첨단 기술 제국이다. 90여년 전 월트 디즈니가 회사를 설립했을 때부터 기술 혁신은 디즈니의 DNA가 됐다.

월트 디즈니는 혁신을 담당하는 ‘이매지니어링(Imagineering)’이란 부서를 만들고 신기술 탐구에 박차를 가할 정도다.

첨단 영상기술의 메카
디즈니는 보다 현실적인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 언제나 노력해 왔다. 주요 히트작엔 예외 없이 신기술이 숨어있다. 1937년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제작할 땐 멀티플레인 카메라 기술을 도입해 화면에 시각적 깊이를 더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보자. 눈보라 속에서 눈 입자가 뭉치고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구현하기 위해, 디즈니는 물리화학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했다.

먼저 수천개의 눈 입자 모양을 만든 뒤 각각의 눈 입자를 서로 결합시키는 방식을 스크린에 구현했다. 실제 세계와 다를 게 없었다.  “콘텐츠와 기술, 그중 한쪽에 집중하는 회사는 많이 있다. 하지만 디즈니만큼 두가지 모두에 집중하는 회사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의 최고 운영자이자 디즈니의 이사인 셰릴 샌드버그의 말이다.

플로리다에 위치한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에서 역시 기술 혁신의 사례를 마주할 수 있다. 1963년에 오픈한 ‘마법의 티키 룸’에서 전기로 작동하는 새들을 설치했는데, 이는 생명체를 모방한 로봇 분야의 선구 사례로 손꼽힌다. 2013년엔 RFID 칩을 내장한 손목밴드 ‘매직밴드’를 도입했다. 이용객들은 매직밴드를 이용해 놀이공원 입장, 놀이기구 이용, 식사 주문, 리조트 입실 등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다. 디즈니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들의 이용 형태를 분석하고 파악하기가 더욱 쉬워졌다. 디즈니랜드엔 매년 1900만명이 찾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900만명이 매직밴드를 사용했다.

빅데이터 마케팅도
디즈니는 또한 마케팅의 귀재다. 디즈니는 수년간 자사 애니메이션이 경쟁사 작품에 비해 흥행성과가 뒤떨어지는 이유를 찾느라 고심했다. 그 결과 요즘 아이들은 더 이상 ‘옛날 이야기’나 ‘공주 이야기’에 매혹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렇지만 옛날 공주 이야기야말로 디즈니가 가진 핵심 자산이 아니었던가. 이에 디즈니는 전통적 스토리를 버리는 대신 이를 잘 포장시키는 방법을 찾았다. 겨울왕국은 그 성공적인 결과물이었다. 디즈니는 겨울왕국 개봉 전 TV CF 영상에서 여주인공을 쏙 빼고, 눈사람과 순록 만을 등장시켜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영화 제목 역시 오리지널 제목인 ‘눈의 여왕’을 숨기고 ‘프로즌(Frozen)’을 제목으로 택했다. 실제 개봉 초기엔 올라프와 스벤의 어드벤처를 기대했던 관객들이 일부 “디즈니에 속았다”며 항변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관객은 신기술로 무장한 영상과 탄탄한 전통적 내러티브에 매혹됐다.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대 흥행작으로 올랐다. 그렇다고 디즈니가 전통적 스토리에 집착하는 건 아니다.

디즈니는 콘텐츠 왕국이다. 디즈니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력과 함께 콘텐츠를 확장해왔다. 2006년 픽사를 인수한 데 이어 2009년엔 마블, 2012년엔 루카스필름의 새 주인이 됐다. 이들 모두 콘텐츠와 캐릭터 그리고 기술력까지 탄탄하게 갖춘 회사들이며 현재는 디즈니의 핵심 저력이 되고 있다.

마블은 2014년 영화계의 최대 흥행작 다섯편 중 두편을 배출했고, 루카스필름은 올해 말 스타워즈 시리즈 신작 ‘깨어난 포스’를 개봉할 예정이다. 

유통채널의 다변화 전략
미디어 산업, 콘텐츠 산업은 격심한 유통 전쟁을 겪고 있다. TV, 신문, 극장과 같은 전통적인 강자는 갈수록 힘을 잃어, 가히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제 미디어 기업,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어떤 유통채널을 택하는가, 어떤 플랫폼에 제공하는가에 성공여부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즈니는 이와 같은 유통 채널 전쟁에서 선도적인 리더 역할을 해왔다. 2005년 애플이 5세대 아이팟(일명 비디오 아이팟, 이전 모델에선 오디오만 들을 수 있었다)을 출시하며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가장 먼저 판매한 동영상 자료가 바로 ABC 방송(디즈니의 자회사다)의 인기드라마 ‘로스트’와 ‘위기의 주부들’이었다. 당시로선 전례가 없는 결정이었지만, 디즈니는 과감하게 새 시장에 도전했다.

지난해부터는 ‘Disney Movies Anywhere’라는 앱을 출시해 소비자에게 영화 콘텐츠를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업체와도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기술적 혁신, 콘텐츠에 대한 투자, 시장 확대. 이 세 가지 전략이 오늘날 디즈니를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 글 : 차병선 포춘코리아 기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