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요우커 천만시대,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을 찾은 요우커(遊客)는 612만 6865명으로 14조원의 돈을 썼다. 요우커는 관광객을 통칭하는 중국어로서, 한자를 따로 떼면 ‘여행하다 유(遊)’에 ‘손님 객(客)’이 된다. 그대로 풀면 ‘여행하는 손님’이라는 뜻이다.

이를 중국어로 발음하면 ‘요우커’ 혹은 ‘뤼커’가 되는데, 국내에서는 통칭 ‘중국인 관광객’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인다. 2014년 해외로 나간 중국인의 숫자는 1억명을 넘어섰다.

<요우커 천만시대,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미래의창, 2015년 2월)는 2015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요우커 현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다.

저자 전종규는 삼성증권에서 글로벌 투자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애널리스트로서 중국인 부인과 함께 살고 있고, 중국의 31개 성 40여곳을 여행하면서 생생한 현장 지식을 쌓은 중국통이다.

공동저자 김보람은 한경비즈니스 기자로 일하고 있고, 2014년 8월 ‘요우커노믹스’라는 주제를 심층 보도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 중구 명동길 입구에는 ‘환잉니팡원밍동’(명동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뜻의 중국어)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라이라이(이리오세요).” 매장마다 요우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점원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春節)연휴 기간 동안 명동 거리 곳곳에는 ‘궈칭따쥐후이(국경절 맞이 파격 세일)’가 적힌 매장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이대 앞 거리에는 요우커를 대상으로 한 분식과 의류,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 200여개가 불을 밝히고 있다. 상인들은 무지개솜사탕, 석류주스, 떡갈비완자구이, 즉석짜장면 등 이색 메뉴를 내걸고 “하오츠”(맛있어요)를 외친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는 정문에서 면세점까지 수십미터에 걸쳐 관광버스가 늘어섰다. 요우커를 태우고 온 차다. 한국은 홍콩, 마카오에 이어 요우커가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가 됐다.

저자들에 따르면 2018년까지 ‘천 만 요우커’가 한국을 찾아서 ‘30조 원’이 넘는 돈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국내 인구의 5분의 1이고 국내 내수시장의 10%에 해당되는 수치이다.

국내인은 전국에 흩어져 살지만 요우커는 관광지에만 몰린다. 이미 지난해 제주도에만 250만명의 요우커가 몰려들어서 여기가 우리나라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특히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거리는 한글 간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들리는 말이라고는 온통 중국어뿐이다.

<요우커 천만시대,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는 읽어들어 갈수록 재미가 있다. 요우커들이 대한민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도표를 보여주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 준다. 가령 이미 요우커 붐을 경험한 적이 있는 홍콩 사례는 금방 와 닿는다.

한때 인구 700만의 작은 도시 홍콩에 쏟아져 들어온 요우커는 일년에 4000만명에 달했다. 교통이 마비되고 생필품이 동이 나서 주민들이 요우커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까지 일어났다.

중국인들의 지갑을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우커 천만시대의 그림자’가 말해주듯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많다. 투기 붐이 불고 있는 제주도의 현재 상황과 요우커들의 불만사항도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요우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천만개의 지갑을 어떻게 열 것인지 연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 글 : 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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