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미국의 2월 실업률 발표 이후 금리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주가와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을 너무 빨리 추진하지 않았느냐는 비판과 함께, 미국 증시에 낀 거품이 본격적으로 붕괴되는 것이라는 걱정과 신흥국에서 제2의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거품 논쟁이 일어난 지는 오래됐다. 증시에 낀 거품이 붕괴되려면 특정 계기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2월 실업률 발표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면 자금이탈에 시달리는 신흥국 위기로 미국이 ‘역풍(reverse spill over effect)’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신흥국들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급격한 자금이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앞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는 것보다 유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美 금리인상 ‘나비효과’제한적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부각 이후 고개를 들고 있는 ‘제2의 신흥국 위기설’에서 따져봐야 할 것은 지금은 1990년대 후반 상황과 다르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신흥국 공통적인 내부문제에서 비롯됐다. 특정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곧바로 인접국으로 확산되는 ‘전염 혹은 나비 효과’로 인해 신흥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외환보유고 등 위기지표를 토대로 앞으로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신흥국별 외환위기 가능성을 점검하면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가장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은 국가(high crisis countries)로는 외환보유고에 비해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심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르헨티나, 터키 등으로 나타난다.

이보다 한단계 낮은, 지금 당장은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으나 신흥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경우 쉽게 전염될 수 있는 국가(middle crisis countries)’로는 외환보유고는 적정수준 이상 쌓아 놓고 있지만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러시아, 체코, 태국, 멕시코 등이다.

한·중 출구전략 땐 오히려 기회
하지만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오히려 출구전략이 추진될 경우 기회요인이 더 많을 수 있는 국가(low crisis countries)로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건전하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히 쌓아 놓고 있는 한국, 중국 등이다. 1997년과 달리 이번에는 같은 신흥국이라 하더라도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이 다르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고위험 위기국으로 분류되는 신흥국들이 자금이탈 방지를 위해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고 있는 점이다. 이제는 신흥국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고 글로벌화가 더 진전된 초연결 사회(high connection society)다. 이런 여건에서 신흥국들이 외환위기에 빠지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역풍을 맞아 선진국 경기도 다시 침체국면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한 해결책은 금리인상에 대한 Fed의 입장이다. 금리인상도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또 다른 각도의 금융시장과 경기안정책이다. 앞으로 Fed가 금리인상 추진 이후 나타나고 있는 선진국 주가와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을 거품과 고평가가 해소되는 아름다운 조정으로 판단한다면 크게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모든 위기는 발생하기 전에 미리 그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면 정책당국을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이 사전에 준비가 가능하고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그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을 상당부문 줄일 수 있다. 이런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신호등 체제를 활용한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 글 :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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