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톱 3 겨냥
르노-닛산은 세계 4위의 자동차 업체다. 연간 판매율에서 글로벌 빅3 도요타, GM, 폭스바겐의 뒤를 쫓고 있다. 5위 현대기아차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르노와 닛산의 연합은 1999년부터 시작된다. 르노가 닛산의 지분 36.8%를 인수하면서 두 회사의 연합에 시동을 걸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데 발판이 됐다. 르노와 닛산은 일부 디자인과 부품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또한 인사, 공급망, 연구개발, 구매 부서 등이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 이같은 시너지 효과로 2013년 36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두 회사의 관계는 다른 합병 과정에서 보이는 ‘승자와 패자’ 관계가 아니다. 물론 지분 관계에 따른 상하관계는 분명하다. 현재 르노는 닛산 지분의 43.3%을 갖고 있고, 닛산은 르노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르노는 닛산에 대해 완전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닛산은 르노 경영에 의결권이 없다.

그렇지만 두 회사는 어느 정도 자율성을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의 CEO를 동시에 맡고 있는 카를로스 곤은 두 회사의 연합을 결혼에 비유했다. “부부가 서로 융화돼 한가지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오히려 각자 개성을 유지하면서 함께 삶을 꾸려야 합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합병 이후 최근까지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닛산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2% 매출 성장을 이뤘다. 주식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지난 3년 동안 닛산 주가는 50%, 르노 주가는 200% 이상 급등했다.

재미난 건 이 거대한 두 회사의 CEO를 동일한 인물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카를로스 곤이다. 그는 2001년 닛산의 CEO로 선임돼 관료주의에 물든 닛산을 탈바꿈시키는 데 큰 성과를 올렸다. 그는 2년 만에 닛산에서 계열화, 연공서열제를 타파하고 수익성을 회복시켰다. 그는 지치지 않는 추진력, 냉혹한 비용절감 등으로 ‘효율성의 대가’로 떠올랐다.

일본에서 그의 의사결정 사례를 다룬 7부작 만화책이 나와 30만부 넘게 팔려나가기도 했다. 능력을 인정받은 카를로스 곤은 2005년엔 다시 르노의 CEO에 올랐다. 카를로스 곤은 포춘 글로벌 500 기업 두곳을 동시에 운영한 최초의 인물이 됐다. 

카를로스 곤의 목표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세계 3대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그는 ‘모두를 위한 이동수단(Mobility for all)’이란 전략을 내세웠다. 이는 ‘모든 차종으로 전세계 모든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르노-닛산은 세계 170개국에서 110개의 모델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그는 2017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8%를 이루고 영업이익 8%를 달성하겠다는 ‘닛산 파워 88(Nissan Power 88)’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 3위로 올라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르노-닛산의 연 판매량은 850만대지만, 상위 3사의 연 판매량은 1000만대에 달한다.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다. 르노-닛산은 그동안 브릭스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지만, 브라질과 중국 경제는 둔화되고 있고, 러시아 경제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리프’가 르노-닛산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까? 닛산은 2010년 5인승 전기차 리프를 출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60억달러가 투자된 리프는 여러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언론의 극찬을 받았으며, 판매 성과도 두드러진다. 올해 리프의 미국 내 예상 판매량은 3만대로 테슬라S와 쉐보레 볼트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플러그인 전기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리프의 출시 이후 현재까지 총 판매량은 15만2000대에 그친다. 애초 2013년 목표였던 50만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 무엇이 문제일까? 카를로스 곤은 충전소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닛산의 고급승용차 브랜드 ‘인피니티’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인피니티는 높은 출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자율주행기능 등으로 고객을 성공적으로 유치해왔다. 그렇지만 일류 브랜드로 나아가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와는 브랜드 가치에서 경쟁이 안된다. 이에 닛산은 2014년 BMW에서 롤랜드 크루거를 CEO로 영입해 BMW의 문화를 수입하고 있다. 업계가 그 결과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카를로스 곤은 르노-닛산의 현재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의 성과를 감안하면 르노-닛산이 세계 3위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는 게 황당무계한 목표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또한 르노-닛산의 약점이기도 하다. 그가 사퇴한 뒤 두 거대한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 후임자가 없다. 업계는 물론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다. 이는 한 사람의 카리스마로 움직이는 조직이라면 어느 기업이라도 직면하게 되는 불안요소다. 

- 글 : 차병선 포춘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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