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이 우리나라를 넘어서 전세계적 문제로 부상하다보니 가장 빛나야할 시기를  유쾌하게 예찬하는, 이 시대 청춘을 기록해줄 영화 만나기가 쉽지 않다. 

<국제시장>이 “아버지 세대는 이렇게 힘들게 살았고 많은 희생을 했다. 그걸 젊은 세대가 좀 알아주었으면 해”라고 호소하는데 반해, 기성세대가 무릎 꿇고 사과해도 시원찮을 <스물>의 젊은이들은 “그래도 우린 아직 꿈을 잃지 않았어요”라고 말해주다니 고맙고 기특하다. <스물>은 ‘자체 발광 코미디’를 표방하는 만큼, 2015년을 살아가는 스무살 청춘 캐릭터와 상황을 희화화한 측면이 크다.

한 여학생을 두고 애정 싸움을 한 인연으로 의기투합 하게 된 고등학교 동급생 세명은 졸업 후 인기만 많은 놈 치호(김우빈), 생활력만 강한 놈 동우(이준호), 공부만 잘하는 놈 경재(강하늘)로 살아간다. 가정환경, 성격, 가치관이 제각각인 세친구가 어떻게 스무살을 통과하는가를 만화처럼 펼치는 영화 <스물>. 성적 호기심과 여자 친구가 가장 큰 관심사이긴 하지만, 좌충우돌을 겪으며 천천히 자기 길을 찾아간다.

치호는 잘 빠진 외모와 뛰어난 언변, 낙천적이고 쿨한 성격, 이해심 많은 요리사 아버지까지,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 조건을 갖추었지만, 여자나 꼬시면서 숨만 쉬고 사는 잉여 인간을 자처한다. 무명 여배우의 매니저가 된 것을 계기로 영화 감독의 꿈을 갖게 된 치호 역을 맡은 김우빈은 물 만난 고기처럼 활기가 넘친다. 세련된 외모로 털털하고 쿨한 캐릭터를 연기하니, 젊은 여성 관객은 물론 아줌마들까지 팬으로 만들게 분명해 보인다.   

만화가를 꿈꾸는 동우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학원에 다니는 재수생. 경재의 여동생이 동우를 짝사랑하지만, 집안 걱정으로 어깨가 무거운 동우는 작은 아버지 회사에 취직해 만화 꿈을 잠시 미루기로 한다.

대기업 입사가 목표인 엄친아 경재는 학교 선배에게 마음을 주었다가 상처받지만, 치호의 전 여자 친구를 사귀면서 평정을 되찾는다.

스무살을 16년 전에 통과했다는 감독 이병헌은 자신과 친구들의 스무살 경험에다 그리움, 낙관, 기대를 버무려 <스물>을 재미있게 지켜보게 한다.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과 누구나 겪었음직한 에피소드들인 것 같으면서도, 남다른 생각과 표현 방식, 빼어난 재담으로 <스물>을 이 시대 청춘의 초상으로 완성시켰다.

세명을 오가는 에피소드 나열로 자칫 수선스러운 영화로 그치고 말 위험이 있었지만, 감독은 다음과 같은 장면들로 표현의 절정에 이른다. 치호가 영화감독에게 들려주는 시나리오 <꼬추 행성의 침공>을 만화로 구현한 대목,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한 깡패들과의 패싸움, <오즈의 마법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 한 세갈래 길이 그것이다.

부모님 묘사도 칭찬하고 싶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속 부모는 공부, 친구 사귀기, 직업 선택, 사랑과 결혼 모두 반대만 하는 속물들로 그려져 왔다.

그러나 <스물>의 아버지와 엄마들은 무위도식하는 아들을 이해하려 애쓰고, 아들의 통장 돈을 빼 쓰며 울다가도 자신이 예쁘다고 위안도 하며, 장난 섞인 장모님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들 친구들에게 밥상을 차려주며, 밤새워 술 마시라고 식당도  내준다.  150만명의 관객이 봐줘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스물>.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군대를 마친 30대 이야기로 이어지길 바란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