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판로지원 '판'이 바뀐다

▲ 중소기업 제품을 PPL로 활용한 웹드라마 ‘어바웃러브’ 촬영현장에서 여주인공이 중소기업 주얼리브랜드 ‘쥬얼리비옹’의 목걸이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한류 아이돌 가수를 주연으로 제작한 웹드라마 ‘어바웃러브’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됐다. 중국 여기자와 한류스타와의 사랑을 다룬 ‘시크릿 러브’ 편과 밀키웨이라는 카페에서 벌어지는 청춘남녀의 사랑을 다룬 ‘밀키러브’ 등 2편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국내는 물론 중국, 태국 등에서도 높은 관심을 얻었다. 공개 한 달여 만에 누적 조회수가 50만에 육박할 정도다.

평범한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이 웹드라마는 특별한 점이 있다. 주인공이 중소기업 제품이다.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인 중소기업 제품들은 드라마 방영 내내 화면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여배우가 잠을 자는 침구, 데이트를 준비하며 바라보는 목걸이, 데이트할 때 먹던 과자 등이 모두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이다. 그동안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주로 하던 미디어 속 간접광고(PPL) 시장에 중소기업 제품이 전면으로 나선 것이다.

드라마 보고 해외에서도 제품 문의
내수시장 침체로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의 판로개척 지원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을 주인공으로 한 웹드라마 제작은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주도로 진행됐다. 국내 우수 중소기업 상품의 홍보와 수출확대를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PPL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웹드라마는 15분 내외의 짧은 드라마로 출퇴근시간 등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짧게 즐길 수 있어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웹드라마 주 시청계층이 20~30대가 많아 해당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중소기업에게는 효과적인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PPL 지원 사업은 사업 초기부터 많은 중소기업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9월 모집공고를 통해 500여개의 중소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그 중 웹드라마에 맞는 기능성 패션가발, 식품, 액세서리, 전자제품, 화장품 등 20개 제품이 선정됐다. PPL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의 만족도도 높다. 방송에서 주인공이 사용한 ㈜스킨러버스코스메틱 마스크팩의 경우 방송 이후 기존에 연락이 없던 태국, 베트남, 중국 등에서 제품 구입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이 잠을 자던 침구를 제작한 오지은 구슬립 대표는 “방송 이후 구스다운 침구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걸 실감한다”며 “방송에 소개된 화면 등이 향후 마케팅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PPL을 하고 싶어도 많은 비용 때문에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비용을 하나도 내지 않고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中企 마케팅에 한류 스타 활용
한류 스타와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연결해주는 ‘스타 매칭 플랫폼’도 올해 본격적인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코트라, 기술보증(KIBO) 등이 후원한 이 프로그램은 수출 중소기업들이 한류 스타를 등에 업고 수출의 시너지를 내는데 목적이 있다. 중소기업은 해외에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 한류 스타의 초상권을 사용하고 제품이 팔린 만큼 유명인과 서로의 수익을 나누는 로열티 방식의 후불제다. 중소기업은 초기에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스타의 초상권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판매량에 따라 초상권료를 지불하게돼 있어 많은 부담 없이 진행시킬 수 있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통해 헤어커투어라는 중소기업은 소녀시대와 협업해 부분 가발을 론칭한 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10여 개국과 올해 30억원 규모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특히 이 회사의 소녀시대 드라이샴푸는 빠르게 성장하면서 동남아 홈쇼핑을 통해 외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26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스타 매칭 플랫폼 설명회’에도 많은 중소기업이 찾아 관심을 보였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중소기업인은 “중소기업은 초기에 많은 비용이 드는 스타마케팅을 펼치기 쉽지 않은데 위험 부담은 줄이고 효과에 대한 이익을 나누는 방법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사천리 사업 대폭 확대
중소기업에게 높은 문턱으로 느껴지던 홈쇼핑업계도 중소기업 판로개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진행하는 ‘일사천리(一社千里)’ 사업은 지역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우수한 제품을 홈앤쇼핑의 TV홈쇼핑 방송을 통해 전국의 소비자에게 직접 소개하는 판로지원 사업이다. 지난해 14개 지자체에서 77개 상품이 방송돼 큰 호응을 얻었다.

중기중앙회는 올해 일사천리 사업에 경기도와 세종시 등 전국의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참여하도록 사업을 확대했다. 참여업체 규모도 전년도 대비 20% 상향 조정해 100개사를 선정해 홈쇼핑 판매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지자체의 중소기업에도 무료방송을 지원해 모든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활짝 열었다.
중기중앙회는 이와 함께 지자체 추천과는 별도로 운영중인 ‘TV홈쇼핑 상품추천위원회’에서도 사회공헌에 앞장선 기업들을 선별해 무료방송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형락 중기중앙회 조합진흥부장은 “매년 일사천리사업 참여 지자체 및 중소기업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사업에 대한 문의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판로지원에도 힘들어 하는 中企
이처럼 판로개척에 힘들어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다양한 판로지원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을 보유하고도 판로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개발된 제품이 빛을 보지 못할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은 산재해 있다. 중소기업의 우수 제품들을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는데다, 대내외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근 새롭게 시행된 판로지원 방안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적어 전체 중소기업 판로개척 지원에 영향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진공의 사업은 20개 기업, 1:1매칭 플랫폼은 시범단계이고, 홈쇼핑 방송지원도 100개 기업에게만 혜택이 주어졌다. 300만에 달하는 중소기업 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뛰어다녀도 시장개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중소기업 제품을 찾지않다보니 자연스럽게 개발한 제품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中企 판로지원 새 판 깔아야
아직 많은 중소기업은 보다 많은 판로지원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올해 초 실시한 중소기업경영환경 조사에서 올해 중소기업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목표로 ‘거래처 다변화 등을 통한 매출 증대’(37.3%)가 ‘원가절감 등을 통한 내실경영’(35.7%), ‘기술 및 신제품 개발’(16.7%), ‘해외진출 및 확대’(8.3%)보다 앞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벤처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한 ‘벤처기업 경영실태와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벤처기업 애로사항으로 자금난(47.4%)에 이어 판로개척(23.8%)이 꼽혔다. 중소·벤처기업이 새로운 판로 확보에 목말라 있다는 증거다.

정부는 지난해 말 ‘중소기업 판로지원 종합대책’을 통해 중소기업과 공공기관 모두에 불만을 샀던 기술개발제품의 공공구매 제도를 개선하고,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연계한 ‘창조혁신제품 통합 유통플랫폼’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들이 담겼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새로운 판로지원 보다는 기존 판매망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들이 주를 이뤘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날로 다양해지는 중소기업 업종과 시시각각 바뀌는 마케팅 환경에 비해 중소기업을 위한 판로지원책의 변화 속도는 미미한 편”이라며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판로 지원책을 과감하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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