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어렵다는 사업이 아주 쉽다구?

지난주의 이 컬럼(‘만나는 사람마다 뭘 도와드릴까요?’)은 인맥을 바탕으로 성공한 Y사장에 대해서 썼는데 많은 CEO가 Y사장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특히 그의 인맥 만들기 방법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CEO가 많았다.
Y사장을 처음 만난 것은 모 경영대학원의 최고경영자과정에서였다.
필자의 강의 가운데 체험사례 발표프로그램이 있다. 그 날의 체험 사례 주제는 ‘사업 기회 만들기’. Y사장은 자기 차례가 오자 사업기회 만들기는 마음만 먹으면 아주 쉽다고 해서 다른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12명의 CEO 가운데 10명이 ‘사업은 아무나 하나?’를 후렴처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Y사장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그렇게 사업기회 만들기의 도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Y사장은 당초 화장품병이나 음료수병 등을 만드는 제조업체의 CEO였다. 공대 출신답게 20여년간 제조업체에서 경력을 쌓았다.
주로 하청을 받는 일이라 소비자를 직접 거래하기보다는 주문한 거래처 위주의 일을 하다 보니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자연히 회사 경영은 부실해졌고 힘들고 맥 빠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일보다 친구들과의 모임 같은 데 가야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잘 만들기 보다 잘 팔아야

모임이라는 데에 가보면 참석자들은 대개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번째가 그 모임 참가자 중에는 이름깨나 알려졌다고 보이는 소위 VIP. 그런 사람은 언제나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두 번째가 사람 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친화력을 발휘하는 사람. 그는 열심히 명함교환도 하면서 눈도장을 찍고 다닌다.
세 번째는 웃음 띠운 얼굴에 칵테일 잔이나 들고 서서 참석자들과 별로 인사도 안하고 있다가 조용히 가는 사람.
Y사장은 두 번째에 속하는 사람이다. 원래가 사귀는 것을 좋아했고, 또한 사귀는 데도 도사였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를 만나든 쉽게 친해지는 것이 그의 장기였다. 대단한 친화력의 소유자였는데 마침내 그것으로 성공했다고 보아야 옳다.
그가 제조업(엄밀히 말해서 하청업)이 잘 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다가 유통업으로 바꾼 것도 이러한 친화력이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우연치 않게 신문 경제면에서 ‘아무리 잘 만들어야 소용 없다. 잘 팔아야 산다’는 기사를 읽고나서였다. 위탁판매가 가능한 유통은 경우에 따라 자본이 별로 안든다는 점에 착안했던 것이다.

상대방의 명함은 재산목록이다

Y사장은 초면에 만난 사람을 붙잡고 무턱대고 거래를 하자고 달려드는 아마추어는 아니다. 그는 자기를 상대에게 알리기 위해 명함을 건네지만, 그의 목적은 상대방의 명함을 받는 데에 있다. Y사장은 자기가 받은 명함을 재산목록이라고 부른다.
그는 세 번 이상 만나야 사업 얘기를 하지만, 그것도 상대방의 사업을 도와주는 방향에서다. 도와주고 나서 도움 받는 것이 그의 ‘사업기회 만들기 비결’이다.
Y사장은 많은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모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애쓰는 것은 물론이고 괜찮다 싶은 모임이 있으면 어떤 연줄을 동원해서라도 초청을 받고 참여한다.
처음 참여한 모임에서도 전혀 낯 가리는 일이 없이 좌중을 누비고 다니며 모르는 사람, 목에 힘주는 사람에게라도 다가가서 사귀기 시작한다. 그렇게 사귄 사람들하고는 우선 친밀감만 두텁게 한다. Y사장은 새로 사귄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주변에 있는 잠재고객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업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가가는 것이다.
commukim@dreamwiz.com
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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