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바야흐로 스포츠 시즌이다. 종목마다 시즌 마무리와 시즌 시작이 한창이다. 프로배구에서는 OK저축은행이 삼성화재를 누르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창단 2년 만에 기적을 일궜다.

삼성화재는 지난 11시즌 동안 8차례 정상에 올랐다. 그동안 달성한 7연패는 프로 스포츠의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한편 남자 프로농구는 울산 모비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3연패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여자 프로농구는 우리은행이 3연패를 달성했다.

시즌을 개막한 프로야구는 어떠한가? 작년에 삼성은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4년 연속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제패한 팀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삼성의 우승을 예상한다.

프로 스포츠가 가장 발달한 미국을 보자.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10년간 월드시리즈를 2연패 한 구단은 없다. NFL(미식축구)은 1967년 이후 단 한차례도 3연패를 한 팀이 없다. NBA(프로농구)도 예외는 아니다. 3연패는 찾아보기 힘든 역사가 됐다.

그런데도 미국의 프로 스포츠는 매년 성장한다. NFL(32개 팀)과 메이저리그(30개 팀)의 가치는 각각 GDP 규모 100위 국가보다 높다. 또한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구단가치는 3조원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후 시가총액이 3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부자구단 수익, 영세구단과 나눠
이처럼 자본주의 꽃인 프로스포츠가 매년 우승팀을 달리하면 재밌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메이저리그로 예를 들어 보자. 구단이 돈이 많다면 더 좋은 선수를 확보할 수 있다. 승리하면 관중이 늘고, 매출이 증가한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으로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경기장을 쾌적하게 바꾼다. 더 많은 관중이 찾아오게 된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는 지극히 자본주의적 속성을 가진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발전은 자본주의에 있지 않다. 1965년 신인드래프트를 도입했다. 전년 성적 역순으로 우수한 신인을 뽑는 제도다. 부자구단이 돈으로 선수를 쓸어 모으지 못하게 됐다. 지금이야 드래프트는 프로 스포츠에서 일반화된 스카우트 방법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프로야구가 생긴 지 100년이 돼서 도입된 제도이다.

효율적인 공생장치 작동해야
메이저리그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적자구단이 절반에 달했다. 이의 해결을 위해 수익배분제도와 사치세를 도입했다. 쉽게 말해, 최고의 인기구단인 뉴욕 양키스는 수익 일부를 내놓는다. 또한, 뉴욕 양키스는 매년 사치세도 낸다. 구단 연봉 총액이 메이저리그가 정한 상한액을 넘기 때문이다. 양키스가 낸 수익 일부와 사치세는 시장규모가 작은 가난한 구단을 먹여 살린다.
 
미식축구는 한술 더 뜬다. 1962년부터 수익 배분을 실시했다. 50여개 팀이 구단을 해체했고, 리그 운영 자체가 어려웠던 시기다. 리그 사무국은 구단 수입의 40%를 거두고 모든 구단에 공평하게 나눠줬다. 게다가 유니폼 조차도 사무국에서 일괄 계약하고 이익을 배분한다. 이에 프로 스포츠는 단순한 리그를 넘어 하나의 산업(Industry)으로 성장했다. 약팀이 강팀을 누르고, 매년 새로운 우승팀이 나오니 관중이 몰려들고, 구단 가치는 상승한다.

어찌 보면, 동반성장은 시장경제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주제이다. 드래프트와 같은 효율적인 규제와 수익 배분과 같은 공생장치가 작동할 때 동반성장은 꽃을 피울 것이다.
OK저축은행이 2년 전 창단할 당시 프로배구는 유망주 3명을 스카우트하도록 배려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짜릿한 감동과 행복을 누리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오늘도 대기업이 소유한 프로축구팀은 1부 리그(클래식)를 누비지만, 시민구단은 2부 리그(챌린지)에서 관중 없는 경기를 하고 있다. 동반성장, 생각보다 쉬운 곳에 답이 있다. 가진 자의 너그러움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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