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유리감옥

며칠 전 신문에 ‘지금 10살인 아이는 운전을 배울 필요가 없다’라는 기사가 났다. 소프트웨어(SW)가 운전하는 무인 자동차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란다. 2010년 10월9일 구글의 엔지니어 세바스찬 스런은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만들었다는 발표를 했고, 2012년 5월8일에 구글은 처음으로 네바다주에서 무인자동차의 운전면허 획득에 성공했다.

그런데 운전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지금 10살인 아이’가 달리던 차에 돌발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야말로 유리감옥에 갇힌 불쌍한 운명이 되고 말 것 아닌가? 실제로 비행기들은 오래전부터 자동조정장치가 설치돼 하늘을 날고 있다.

요즘 일반 여객기 조종사들은 이착륙할 때 각각 1~2분 정도 즉, 총 3분정도 조종간을 잡을 뿐이다. 조종사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스크린에 나타나는 데이터를 점검하는 일뿐이다. 조종사들은 비행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최첨단 유리 스크린이 설치된 조종석에 갇혀 있는 셈이다.

<유리감옥>(The Glass Cage,한경비피, 2014년 9월)은 소프트웨어와 로봇이 작동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어떻게 인간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 니콜라스 카는 세계적 디지털 사상가로서 전작 <빅 스위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에게 영향력을 준 베스트셀러 작가다.

저자에 따르면 자동화 시스템은 자동차, 비행기 뿐만 아니라 의료, 금융, 법률, 농장시스템, 심지어는 CEO의 경영 결정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동화 SW는 이미 기업 경영을 지배하고 있다. “경영자들은 점점 더 자신들이 SW의 부차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다. 그들은 컴퓨터가 만든 계획과 결정들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대충 검토만 한 후 결재만 한다.”

컴퓨터는 물리적·사회적 차원에서 우리가 세상을 항해하고 조종하고 이해하는데 필요한 만능도구가 되고 있다. 만약 스마트 폰을 잃어버렸거나 인터넷 접속이 끊겼을 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발이 달아난 듯 낙담하고 혼란스러워서 일을 하지 못한다.

인간들은 직장이나 가정에서 더 적게 일하고, 더 편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지만 자동화 시대에 길들여진 인간들은 스크린 속에 갇혀서 점점 더 우왕좌왕하고 있다. 니콜라스 카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왜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무능해지는가?” 그에 따르면 사람들의 전문성이 지배해왔던 업종 대부분이 자동화 기술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이를테면 월가는 현재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컴퓨터와 그런 컴퓨터를 프로그램하는 금융시장 분석가들에 의해 장악된 상태다. 월가의 기업들은 기록적인 이익을 내고 있지만, 2000년과 2013년 사이 증권 딜러와 트레이더로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15만 명에서 10만명으로 3분의 1이나 줄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트레이더들의 경우, 그들이 오늘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컴퓨터 스크린을 보고 버튼을 누르는 것뿐이다.

직업만이 자동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취미도 자동화되고 있다. 우리는 쇼핑하고, 요리하고, 운동하고, 심지어 짝을 찾고, 아이를 키우는 데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우정을 유지하고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무엇을 보고, 읽고, 들으면 좋을지 추천 엔진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유리감옥>은 기술 맹신에 빠진 인류에게 날카로운 경고를 던지고 있다.

- 글 : 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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