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필규(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즘 임금주도성장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소비와 투자가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소비도 투자도 부진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임금을 올려서 소비를 진작시키고 투자를 유도해 성장을 해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임금주도성장론의 첫 출발점인 임금인상부터 논리적으로나 실행상으로나 많은 허점을 갖고 있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주고 있다.

첫째는 임금인상이 정부가 권유한다고 실행가능한가라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의지로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기업현장에서의 일반적인 임금인상은 기업의사결정 고유의 영역이다.

임금인상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정부가 강권하면 마지못해 ‘보여주기식’ 임금인상 쇼를 할 수 있겠지만 임금인상여력이 거의 없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임금인상을 요청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언저리에 있는 영세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고 그것은 고용감소로 이어져 소비증가가 아니라 소비감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임금인상 中企에 여파
둘째, 지불여력이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인상이 이뤄질 경우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과의 임금격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고 특히 원·하청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기업의 임금부담이 전가되면 이러한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임금을 올린다 해도 그것이 얼마나 소비확대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압박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가계는 임금이 올라도 부채상환에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특히 노후불안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는 임금이 인상돼도 미래를 위해 소비를 억제하는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본다면 임금주도 성장론은 취지는 좋지만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임금주도성장론 대신 고용주도성장론은 어떨까? 임금을 높여 소비를 진작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용을 창출해 임금소득을 증대시키고 소비를 진작시켜 성장을 해가는 방식이다.

창업 통한 일자리 창출 시급

고용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고용창출 방법에는 창업을 통한 시장 일자리 창출,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공공일자리 창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인력수급 미스매치 개선을 통한 일자리 연결하기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창업을 통한 시장 일자리 창출이고 이를 위해 우리의 모든 시스템을 창업 중심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상당히 긴 논의가 필요하지만 한가지만 이야기한다면 취업과 창업이 따로 노는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창업을 통한 시장 일자리 창출이 중장기 과제라면 재정지출을 통한 공공일자리 창출은 단기적으로 실행가능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국공립 보육시설의 대폭 확충,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의 능력개발 지원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투자에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당연히 대기업의 법인세나 고소득층의 소득에 대한 증세를 통해 충당해야 할 것이다. 단 이러한 세금이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함은 물론이다.

기존의 일자리의 임금만 높여주다가 일자리 자체가 축소될 수 있는 임금주도성장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부터 창출하고 능력개발등을 통해 임금수준을 높여가면서 고용과 임금을 동시에 확보하는 고용주도 성장전략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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