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 문화 유전자 전쟁

<문화 유전자 전쟁>(열린책들, 2014년 6월, 원제 : Meme Wars)은 경제학 책인데 경제학 책 같지가 않다. 풀컬러에 현란한 편집이 마치 사진첩이나 디자인 서적같다.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면 별이 총총한 우주가 나타나고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언가가 존재하는가?” 라고 시원(始原)적인 질문을 던진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심오한 철학적 질문이 전개된다. “이 땅에 존재하는 생명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러면서 이 책은 사람살이의 근본적 문제인 경제학적 질문으로 초점을 모아간다.

<문화 유전자 전쟁>의 저자 칼레 라슨(Kalle Lasn)은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처음으로 외치고, 이 시위를 전세계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에 이어 ‘경제학 점령 시위’를 제안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오늘날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신고전파 경제학은 틀려먹었다. 단순히 틀린 것이 아니라 위험하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가진 자들만을 위한 경제논리와 정책을 펼치고 있는 탓에 상위 1%는 나날이 더욱 부유해졌지만, 나머지 99%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전복하지 않는 한, 더 나은 미래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2011년 11월 2일, 미국 하버드대의 저명한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수업을 학생들이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700명이나 수강하는 최고 인기 강좌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맨큐 경제학을 지탱하는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흔들림 없는 ‘시장에 대한 신뢰’다. 그러나 2008년 미국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퍼진 금융위기는 많은 걸 바꿔놓았다. 하버드 학생들은 보수 성향의 맨큐 교수가 “탐욕스런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한다”고 비판하면서 수업을 거부한 것이다.

그동안 경제학은 무언가 복잡하고 어렵기만 한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였다. 밀턴 프리드먼은 “경제학은 현실의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난해한 수학 분야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허물어졌을 때 그것을 예측한 학자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맨큐 교수의 수업을 거부한 학생들의 행동을 불러온 동기는 ‘부끄러움’이었다. <문화 유전자 전쟁>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문화 유전자(meme)’전쟁을 벌이라고 주문한다.

저자는 서민들의 생활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통계나 도표, 그림 등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현대 경제학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경제적 사유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경제적 사유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진짜 비용’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모든 상품의 가격이 생태적 진실을 말하게 하자고 ‘생명 경제학’을 제안한다. 생명경제학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화폐의 개념과 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이 책은 좌파성향의 책이지만 좌파 특유의 징징거리는 소리가 없다. 경제성장을 위해서 포기하거나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한 나름의 반성과 위기의식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고 경제가 우선인지, 지구와 환경이 우선인지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콘크리트에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인간중심의 세계관에서 생태중심의 세계관으로, 개인에서 공동체로, 정치에서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 글 : 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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