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밸리 지난 여성벤처기업에 통큰 투자 필요”
한국 여성 벤처기업은 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여성벤처기업 수는 2393개로 지난 2007년 501개에서 7년 만에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성 창업벤처가 코스닥에 상장하고, 해외시장에서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도 지난 2월 취임식에서 ‘여성벤처 글로벌화 시대’를 공언하며 여성벤처의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지난 21일 이 회장을 서울 서초구 여벤협 사무실에서 만나 글로벌 시대를 준비하는 여성벤처협회의 계획을 들었다.

여성 벤처시장은 ‘탄력기’ 맞아
이영 회장은 지금을 여성 벤처 시장이 최근 탄력기를 맞았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과거 공부를 잘한 여성은 대부분 전문직을 선택했죠. 하지만 최근 젊은 여성들은 진취적 사고로 창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회에도 젊은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협회 내부에 40대 이하 여성벤처인으로 구성된 ‘미래청년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위원회가 세대별 소통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여성 벤처 시장이 탄력을 받기 시작 한 이유로 여성 특유의 장점이 최근 주력 산업에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소프트웨어, 디자인, 컨설팅 등 지식기반 베이스 산업이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분야는 여성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죠. 여성 이공계 석·박사가 전체 30%가 넘어가고 있는 최근 상황으로 볼 때 이 같은 영역에서의 여성들의 활약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장은 양적인 성장은 가시적이지만 여전히 여성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가야할 길이 멀었다고 표현한다.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여성 리더에 대한 선입견은 많이 사라졌죠. ‘아직도 여성차별이 있어?’라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는 달리 팀워크를 중시하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만큼은 아직도 여성이 넘어야할 장벽이 많습니다. 전문직의 여성 비율은 50%에 육박해가지만 대기업의 여성 임원은 전체 1%, 여성 벤처도 전체의 8%밖에 안 되죠. 여성 기업인을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여성 기업에 투자 꺼리는 문화 여전
이 회장은 여성기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여성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투자는 필수입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창투사가 여성 기업에 투자한 경우가 8건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받았습니다. 많은 초기 기업들이 창투사의 투자를 통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여성 기업은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여성이 능력이 부족하고, 규모가 작아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여성기업 지원 정책을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 회장은 보다 효과적인 여성 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초기 기업에만 몰려있는 지원책을 가능성이 있는 중기 기업에게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마련한 ‘여성 기업 R&D 100억 펀드’는 100개사에 1억씩 나눠주는 방안입니다. 1억은 성장궤도에 진입한 기업이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금액으로는 부족하죠. 현재 코스닥에 진출한 여성 기업이 15개에 불과합니다. 보다 많은 여성 기업이 보다 큰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데스밸리를 지난 여성 기업을 위한 육성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중국 진출 첫발 내디뎌
이영 회장은 여성벤처협회가 여성 기업이 보다 큰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한류열풍으로 여성 기업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려 있는 중국부터 문을 두드린다.

협회는 지난달 중국 IZP 그룹과 해외 직구사이트를 통한 중국시장 진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중국 IZP그룹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혁신과 상업의 최신모델을 통해 인터넷 매체 및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전문기업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협회 회원사 및 여성벤처기업의 우수한 상품 중 중국 시장에 적합한 우수 제품을 발굴하게 된다. 추천된 제품은 IZP그룹의 해외직구 사이트 ‘하이쉔닷컴’내에 개설되는 여성벤처기업관에서 판매가 이뤄진다. 입점 상품은 2년 동안 입점비를 면제해주고 판매수수료도 상품 페이지와 이미지가 중국어로 제작된 경우 최저 3%가 적용된다.

“중국은 유아용품, 식품, 액세서리, 화장품 등의 품목에 대한 한국 제품 선호도가 높은데 모두 여성 기업이 강점을 가진 품목입니다. 중국에서 자리를 잡으면 홍콩·대만 등 중화권 진출 가능하고, 유럽까지도 진출 할 수 있어 여성 기업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장은 임기 중에 경력단절 여성들을 창업공간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우리나라 창업 중 40~50대 경력단절 여성 창업이 40%가 넘는데 이들을 위한 육성책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여성벤처협회가 주축이 돼 ‘경력단절 여성 창업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특화된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습니다. 여성 벤처 기업인을 위한 영업전도사가 되어 열심히 뛰다보면 임기 중에 회원사 1000개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영 회장은?
광운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암호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0년 디지털 콘텐츠 보안 벤처기업 테르텐을 창업했고 현재 소프트웨어산업협회, 소프트웨어전문기업협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 등의 이사를 맡고 있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 사진 : 오명주 기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