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진 대표(2대)

‘사랑’ 재료 삼아  반죽한 지 60여년…‘나눔’이 부푸는 빵집
개업한 지 60여년, 연 매출 270억원. 직원 수 280명. 이 정도면 일반 빵집의 스펙이 아니다. 대전 최고의 명물 성심당은 1956년 찐빵집으로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대전 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2011년에는 세계적인 맛집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 그린’에 국내 빵집으로는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자신의 식사로 성심당의 빵을 선택했다.

성심당의 지속적인 성공의 이유는 건강하고 맛있는 빵에 ‘나눔’의 가치를 더했기 때문이다. 창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성심당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불우이웃에게 빵을 나눠왔다. ‘그리스도의 마음’이라는 성심이란 이름의 뜻에서처럼 성심당은 단순한 빵이 아닌 사랑을 굽는다.

빵 하나에 담긴 나눔 정신
창업 초기부터 성심당은 나눔 빵집으로서 정체성을 갖춰갔다. 전쟁 후 굶는 사람이 많았던 시절, 찐빵 300개를 만들면 100개는 고아나 노숙인에게 모두 전달했다. 이외에도 생계를 위한 수익 외에 모든 것을 이웃과 나눴다. 독거노인을 위해 양로원을 짓는가 하면, 형편이 어려워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이들을 돕기도 했다. 초라하지만 따뜻했던 동네빵집 성심당은 지역 주민들에게 빵을 판매하는 가게가 아닌 생명과 사랑을 나누는 가게로 인식돼 갔다. 그 사랑의 마음이 3대를 이어가는 성심당의 오랜 열정이자 에너지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빵만이 아니다. 인근 시장 상인 중 형편이 어려워진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남몰래 도움의 손길을 전하곤 했다.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직원이 실수해도 사랑으로 끌어안고 같이 갈 길을 고민했다. 제과·제빵 분야가 아니라도 어학 등 다른 분야에 배움의 의지가 있을 경우도 아낌없이 지원한다.

2대 임영진 대표의 부친 임길순 씨와 모친 한순덕 씨는 전쟁이 끝난 1956년 대전역 광장 한쪽에 작은 천막을 치고 찐빵 장사를 시작했다. 1980년 2대 임영진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은 후에도 나눔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임영진 대표는 매일 400∼500개의 빵을 지역의 아동센터, 노인병원, 외국인 노동자센터 등에 제공했고, 아침이면 빵을 실으려는 복지단체의 발길로 성심당 앞이 늘 북적였다. 현재도 정기적으로 40여곳, 비정기적으로 100여곳이 넘게 후원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지방 단체에 매년 상당액을 기부하고 있다.

임영진 대표는 선친의 뜻을 잘 이어가는 훌륭한 후계자였지만, 사실 처음부터 승계에 대한 의지를 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하던 그가 직접 빵을 만들게 된 계기는 제빵사들의 파업 때문이었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대학을 다니던 그가 직접 빵도 만들고 케이크도 만들면서 본격적인 승계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

“어려서부터 밀가루를 실어 나르고 배달을 하면서 부모님을 도왔기에 빵집 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죠. 누나들이 시집을 간 후로는 저 말고 부모님을 도울 자식이 없기도 했고요. 직원 파업 후 빵집 문을 닫을 수는 없으니까 어깨너머 익힌 기술로 반죽을 하고 빵을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변화무쌍한 아이디어로 발전
성심당을 세상에 알린 인기 제품으로는 무엇보다 튀김 소보로와 부추빵을 손꼽을 수 있다. 특히 하루 평균 1만5000개 정도를 판매하는 튀김 소보로는 신화적인 수준이다. 대전역점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것도 이 튀김 소보로 때문. 기차 환승 몇 분 동안 튀김 소보로 구매에 성공한 고객이 만세를 외쳤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그 인기는 가히 혁신적인 수준이다. 이 빵의 비결에 대해 임영진 대표는 ‘아이디어’를 손꼽는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에서 우러나는 판단력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먼저 발굴해 선점하는 것이죠.”

버터케이크가 진리였던 시절 생크림케이크 판매를 최초로 시작했던 것도, 빙수가 막 유행을 타기 시작하던 시절 녹지 않는 스티로폼 포장을 개발한 것도 모두 아이디어의 선점이었다. 여기에 성심당이 오래 추구해온 사랑의 가치가 더해지면서 단단한 성공이 완성된 것. 좋은 기술과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만든 빵 속에 세상을 향한 사랑까지 담겨 있으니, 고객에게는 그 어떤 빵보다 그 맛이 고소하고 달콤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현재 대전 본점과 대전역점, 대전 롯데백화점 등 3곳에 점포를 내고 있는 성심당은 큰 호응에도 불구하고 향후 대전 지역 외의 출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업 확장으로 인한 성심당의 정체성 상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바로 만들어서 따뜻하게 먹는 게 성심당의 매력인데, 규모만 커질 뿐 성심당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성심당의 맛과 정신을 지키는 게 우선입니다.” 성심당이 60년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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