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저희 같은 자영업자들은 이미 경기가 장기침체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1년이 넘도록 이렇게 장사가 안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서울 영등포시장에서 20년간 식품유통을 하는 A대표는 최근 한국경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정부는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부터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각종 경기지표들이 이 시기부터 본격적인 하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경기침체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렵다. 지난해 연말부터 최경환 경제팀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경기부양과 인금인상 등의 정책이 별 다른 효과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경제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수출성적도 최근 들어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한국도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판 잃어버린 20년의 가능성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부진이 한국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 섞인 분석보고서도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13일 발표한 ‘한국경제의 일본형 장기부진 가능성 검토’ 보고서는 “한국 경제에 일본형 장기부진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인은 인구구조 변화와 가계부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일본과 20년 내외 시차를 두고 생산연령인구와 총인구가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돼 상당폭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고, 가계부채 문제는 내수 부진을 크게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가계부채 위험의 면밀한 관리와 더불어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대응과 남북경협 확대를 통한 새로운 프런티어 창출, 내수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대 최저금리 효과는 언제?
지난 3월 정부는 기준금리를 2.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최저금리 정책을 지렛대로 경기부양을 노리고 있다. 그나마 최저금리 효과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반짝 효과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거의 4년만에 2100선을 돌파했고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06년 이래 최대 거래량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소비심리가 상당히 꼬꾸라진 상황이라서 실물경제에는 돈이 돌지 않고 있어 유동성 함정에 직면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에서 금형가공업을 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시장에 통화 유통이 시원치 않으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설비투자나 고용확대에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눈에 보이는 경기지표만 살리지 말고 실제 기업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지원정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경기지표를 나타내는 업황전망건강도 지수도 하락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4월 조사치에서는 3월 전망치보다 1.2포인트 하락한 91.6을 기록했다. 100보다 높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업체가 많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더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내렸다. 지난해 10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4.0%를 제시한 뒤 올 2월에 3.7%로 낮추더니, 이번에는 3.3%까지 하향 조정한 것. 한국은행도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낮췄다.

수출지수도 적신호다. 지난 16일 정부는 올해 들어 수출 증감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월 -0.9%, 2월 -3.3%, 3월 -4.4%로 3개월 연속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내수부진에 이어 수출경기도 악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디플레이션 불안감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수출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엔화와 유로화 약세로 인한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그나마 피해가 적은 달러화나 위안화 국가 위주로 적극적인 수출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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