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최근 한국의 인문학은 ‘열풍’과 ‘위기’의 두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침마다 메일함에는 인문학 강좌를 알리는 안내문이 서너 개씩 들어와 있고, 인기 있는 인문학 강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몇몇 대중 인문학 강사들은 연예인에 버금갈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것만 보면 ‘인문학 열풍’이다. 하지만 대기업 채용 시장에서 인문계열은 ‘찬밥 신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100위권 기업의 62%가 이공계 출신을 더 많이 뽑고 있다. 인문계열의 낮은 취업률은 인문계열 학과 통폐합이라는 학과 구조조정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인문학으로 스펙하라>는 책도 있지만 인문학이 전혀 스펙이 안 되는 것이 한국사회다.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위즈덤하우스, 2015년 3월)은 ‘열풍’과 ‘위기’사이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같은 책이다. 이 책은 EBS ‘인문학 특강’으로 주목을 받았던 최진석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강연을 엮은 것이다.

이 책은 노자의 <도덕경>을 단순하게 해석한 책이 아니라 2500년 전 노자의 사유를 통해서 ‘인문적 사고의 힘’을 기르는 방법을 설파하고 있다. 저자는 인문학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인문적’으로 사고할 능력을 길러주어야만 진정한 인문학의 시대가 열리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답은 잘하면서도 질문은 잘하지 못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자기표현이 안 되는 공부는 즉시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공부를 멈추고 생각을 시작하라!”고 목청껏 외친다. 공부를 멈추라니!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법은 단순히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공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에서 나온다.

‘생각하는 힘’이 만든 것이 역사다. 공학자가 배를 만든다면 인문학자는 그 배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EBS ‘인문학 특강’에서 최진석 교수는 청중에게 세 가지 화두를 던졌다.

“당신은 보편적 이념의 수행자입니까, 자기 꿈의 실현자입니까?”“당신은 바람직함을 지키며 삽니까, 바라는 걸 이루며 삽니까?” “당신은 원 오브 뎀(one of them)입니까, 유일한 자기입니까?” 청중들은 자신들이 전혀 그러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데 강한 충격을 받았다.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은 ‘자기 꿈의 실현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로 돌아가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진정한 삶의 주인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일반명사 속에 함몰되게 방치하지 말고, 고유명사로 살려는 몸부림이 필요하다. 바람직함을 지키며, 바라는 걸 이루며 사는 사람이야말로 유일한 자기의 삶을 사는 ‘자기 꿈의 실현자’인 것이다.

현재 인문·과학·예술 분야 국내 최고 석학들이 모인 인재육성기관 ‘건명원(建明苑)’의 초대 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 삶의 양식이 자기로부터 나오지 않은 삶,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이 자기로부터 나오지 않은 삶은 결코 정상일 수 없습니다. 자발적이지 않은 것에는 생명력이 없습니다. 거룩함은 결코 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자신이 서 있는 지금, 여기가 거룩함이 등장하는 원초적 토양입니다. 이상적인 삶은 저 멀리 있는 곳에 도달하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착실한 발걸음일 뿐입니다.”

- 글 : 이채윤·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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