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반 제작에 열중인 김춘식 장인의 모습

좌식 생활을 하던 우리네 문화가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입식 문화로 바뀌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음식을 올려놓고 먹는 데 사용하는 소반이 그중 하나다. 과거에는 식생활부터 제사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였으며, 소반 제작이 발달해 지방마다 전통적인 형태가 형성됐다. 생산지에 따라 특징이 있어 나주반, 해주반, 통영반 등 고장 이름과 함께 고유명사가 됐다. 그러나 서구식 주거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식탁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나주반 명맥 잇는 김춘식 명인
전남 나주 지방에서 만드는 나주반도 한때 맥이 끊어졌다고 여겼다. 일본의 민예 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는 1922년에 펴낸 <조선과 그 예술>에 “그렇게 번영했다는 소반 업자는 지금 대부분 끊어졌다. 나주반을 구하려고 해도 파는 가게가 없다”고 적었다. 그는 어렵게 이석규라는 명공을 만나 나주반을 구입했으나, 광복 후 나주반 제작 기술은 사라져갔다.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출 뻔한 나주반은 김춘식 선생(중요무형문화재 99호 소반장)에 의해 전통이 유지됐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나주반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0년대 초다. 팔촌 형이 제대한 그에게 “상 만들면 먹고살 만하다”고 권해 상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나주반의 원형을 찾아보기로 한 김춘식 장인은 헌 상 고치는 일을 시작했다. 10년 넘게 헌 상을 해체하고 조립하며 나주반의 구조와 제작법을 익혔다. 그리고 ‘김삿갓 영감’이라 불리던 장인태 장인을 영광에서 초빙해 3년간 기초를 배웠다. 기초를 배운 뒤에는 소반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여기저기 발품 팔아가며 독학했다. 기술을 전수할 스승이 없어 밤새는 줄도 모르고 죽을 둥 살 둥 나주반 재현에 힘썼으니, 그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김춘식 장인이 인생과 열정을 바친 나주반은 어떤 것일까. 나주반은 간결하면서도 견고하다. 해주반에서 보이는 화려한 투각도 없고, 통영반처럼 꽉 짜인 정형미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간단한 운각, 둥글면서 날렵한 다리 선, 화려하지 않은 가락지(다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가로 부재) 등 간결미가 우선이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결구를 짜 맞추기 때문에 공력이 많이 든다. 깎고 다듬는 잔손질이 많아 톱이나 대패, 칼 등 사용하는 도구도 다양하다. 형태가 갖춰진 백골(옻칠을 하지 않은 소반)에는 옻칠을 한다. 묽게 탄 옻을 바르고 1~2일 말린 뒤 고운 사포로 문지르기를 여덟차례 반복하면 붉고 투명한 광택이 난다.

50년 이상 나주반을 만들어 온 김춘식 장인은 우리의 전통 생활 문화 속에서 형성된 기물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는 나주반이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이 담긴 명품으로 인정받아 후손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반인 가족을 대상으로 소반체험을 하고 있다. 한 가족이 하나의 소반을 제작할 수 있으며, 월·수·목·금요일은 오전과 오후, 화·토요일은 오후에 진행된다.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하며, 체험시간은 3시간이다.

나주의 명물…삭힌 홍어
나주에는 호남의 젖줄 영산강이 흐른다. 그 강을 따라 영산포에서 흑산도를 오가던 어선이 홍어라는 특산품을 전해줬다. 홍어 하면 흑산도나 목포를 떠올리는 이들은 영산포와 홍어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아할지도 모른다.

고려 말에는 전라도 섬 지역에 왜구가 자주 침입했다. 흑산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생명의 위협을 받은 주민들이 바다에서 강을 따라 거슬러 와서 정착한 곳이 나주의 영산포다. 이들은 뭍으로 와서도 흑산도 인근에 나가 어로 활동을 했다. 여름이면 돌아오는 길에 생선이 썩어서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홍어는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돛단배를 타고 흑산도와 영산포를 오가던 시절, 삭힌 홍어는 나주의 명물이 되었다.

영산포구가 있던 자리에 홍어 음식점과 도매상 40여곳이 들어서 ‘홍어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거리에 들어서면 홍어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마치 포구의 진한 향수가 전해지는 듯하다.

나주금성관도 돌아볼 만하다. 나주는 1896년 광주에 도청이 들어서기 전까지 전라남도의 정치, 행정, 경제의 중심지였다. 조선 시대에 관찰사가 관할구역을 순행할 때 업무를 보던 곳이자, 중앙의 사신이 지방에 오면 묵던 곳이 나주금성관이다. 정면 5칸에 측면 4칸의 단층 팔작지붕이지만, 칸 넓이나 높이가 다른 건물보다 커서 정청의 위엄을 더한다. 현재 금성관, 동익헌, 서익헌, 망화루 등이 복원되었다.

나주금성관 앞에는 곰탕골목이 있다. 곰탕은 남도의 맛과 풍요로움, 나주의 넉넉함이 배어 있는 향토 음식이다. 양지, 사태, 쇠머리 등 소의 여러 부위를 삶은 국물에 밥을 말아 낸다. 하루 종일 끓이면서 국자로 기름을 걷어 국물이 맑고, 맛이 개운하고 담백하다.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 나주금성관→나주반전수교육관→황포돛배→영산포 홍어의 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날 / 나주금성관→남고문(나주읍성 남문)→나주반전수교육관→황포돛배→영산포 홍어의 거리
둘째날 / 나주영모정→한국천연염색박물관→나주 복암리 고분군→나주영상테마파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나주문화관광 tour.naju.go.kr
 - 한국천연염색박물관 www.naturaldyeing.or.kr/xe
○문의 전화
 - 나주시청 관광문화과 061-339-8592
 - 나주반전수교육관 061-332-2684
 - 황포돛배 061-332-1755
 - 한국천연염색박물관 061-335-009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나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7:10, 10:10, 12:35, 15:35, 18:35) 운행, 4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나주시외버스터미널 061-333-1323
[기차] 용산역-나주역, KTX 하루 6회(05:20~18:20) 운행, 약 3시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 자가운전 정보
무안광주고속도로→나주 IC→양천교차로 좌회전→831번 지방도(노안삼도로)→동신대 앞→산정삼거리 좌회전→돌고래사거리 우회전→나주반전수교육관
○숙박 정보
 - 나주목사내아 금학헌 : 나주시 금성관길, 061-332-6565, moksanaea.naju.go.kr
 - 힐모텔 : 나주시 완사천길, 061-332-5046
 - 궁무인텔 : 나주시 송월2길, 061-336-7588
○식당 정보
 - 영산홍가 : 홍어회, 나주시 영산포로, 061-334-0585
 - 영산포홍어 : 홍어회, 나주시 영산3길, 061-337-5000
 - 남평할매집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4-4682, www.남평할매집.kr
 - 노안집 : 곰탕, 나주시 금성관길, 061-333-2053, www.나주곰탕.kr
 - 섬말횟집 : 참게메기탕, 세지면 세지로, 061-331-8711
○주변 볼거리  : 도래전통한옥마을, 불회사, 나주 복암리 고분군, 나주영상테마파크, 나주 반남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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