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기를 끈 이후, 일본 소설이 우리나라 대형 서점의 소설코너를 장악하고 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장르의 예술보다 유독 소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유는 일본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과 우리 작가들의 소설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 듯하다.

요즘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현대문학, 2012년 12월)은 고립된 개인들로 이뤄진 일본 사회의 현실 속에서 시공을 초월해서 타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취한 소설이다.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거의 모든 소설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추리소설은 아니고 사회와 가족, 인간의 본성을 주제로 하고 있는 발랄하면서도 기묘한 느낌이 드는 감성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옴니버스식으로 꾸며진 다섯개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들이 긴밀하게 하나로 연결되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독자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고민 상담소다. 작가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달 토끼, 생선 가게 뮤지션, 길 잃은 강아지까지. 고민남녀들을 차례로 등장시키는데 이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사람은 ‘제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들인 3인조 도둑이다. 이 소설은 도둑질을 하고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쇼타, 고헤이, 아쓰야 세사람이 숨기에 딱 좋은 폐가를 찾아들면서 시작되는데 그 폐가가 바로 30여년간 비어 있던 나미야 잡화점이다. 33년 전에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 ‘나미야 유지’씨가 운영하던 가게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이 소설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폐가에 숨어든 3인조 도둑 앞으로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하는데 세사람은 얼떨결에 편지를 열어 본다. 알고 보니 그 편지는 30년 전의 세상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세사람은 폐가 안에서 발견한 주간지에서 나미야 잡화점에 관한 기사를 읽고 그 집의 정체를 알아간다. 그 기사에서는 고민거리를 편지로 써서 밤중에 가게 앞 셔터의 우편함에 넣으면 다음 날 주인 할아버지가 집 뒤편의 우유 상자에 답장을 넣어준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마치 영화 ‘시월애’에서 편지함이 과거와 미래의 연결통로가 된 것과 같다.

살아생전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는 인생 고민을 진지하게 상담해주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는데, 그 상담 편지가 지금 3인조 도둑 앞으로 날아든 것이다. 그것은 ‘나미야 잡화점 딱 하룻밤의 부활’때문이었다. 할아버지의 33번째 기일인 9월13일 0시부터 6시까지 나미야 유지의 상담 창구가 부활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시간의 통로가 잠시 열린 단지 하룻밤의 이야기다. 2012년 9월13일, 우연히 잡화점으로 잠입한 3인조 도둑에게 1979년의 편지들이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얼떨결에 첫번째 편지에 대한 답장을 보냈는데 그 사연은 두번째, 세번째로 계속 이어진다.

세사람은 서툴지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답장을 해주면서 편지를 보낸 사람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세사람의 솔직하고 엉뚱한 조언은 뜻밖의 결과를 불러오며 기적을 만들어낸다. 이 소설은 상담을 해주던 잡화점 할아버지가 직접 등장해서 3인조 도둑들과 소통하는 편지를 나누면서 대미를 장식한다.

- 글 : 이채윤 / 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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