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현장에서 말하는 규제개혁]中企 부담주는 ‘불합리한 과세제도’

“1990년대에는 물가수준이 낮았으니 200만원은 정말 고가의 제품이었고, 그때는 이런 것이 규제인지도 잘 몰랐죠.”

개별소비세는 사치성 소비품목 등에 중과세해 건전한 소비를 유도하려는 취지에서 지난 1997년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이후 20년 동안 과세대상 및 기준금액이 국민소득이나 물가수준 상승, 소비트렌드 변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과세 대상 업종의 발전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모피 제품을 생산하는 A사 대표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에 20년 전에 정한 200만원을 기준으로 사치품으로 규정하고 높은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모피제품의 가격이 올라 평균판매가격이 350만원이 됐는데 아직도 20년전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 저하 원인
특히 모피는 원피의 매입단가 자체가 이미 기준가격인 200만원을 넘는 품목이 많아 상당수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이 되고 있다.

A사 대표는 “사실 개별소비세 금액 자체로는 업체부담이 크지 않지만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이라는 자체가 산업에 있어 엄청난 규제”라며 “사치품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에 소비가 잘 이뤄지지 않고 국세청에서는 사치산업이라면서 세무조사를 수시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200만원을 초과하는 일반 고급의류도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 유독 특정 의류소재에 대해서만 일종의 사치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세형평에도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별소비세가 산업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모피업계 뿐만 아니라 귀금속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귀금속 제품은 우수한 세공기술을 바탕으로 중국과 중동 등 해외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귀금속 역시 부과되는 개별소비세가 발목을 잡고 있다.

귀금속 업계 관계자는 “귀금속은 부피가 작고 휴대가 용이해 해외 바이어가 국내 매장을 방문해 대량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개별소비세 때문에 고가의 제품을 팔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정부에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20년 동안 그대로 묶여있는 상한을 높이면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생기고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사 대표 역시 “모피를 활용한 패션산업은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한 산업으로, 요즘 얘기하는 창조경제에 맞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치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업계가 더 이상 성장을 할 수 없다”며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낡은 제도는 시대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송품에도 부가세 과세?
“PVC 제품을 수출하는데 클레임이 들어와서 일부 제품을 반송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반송품에다가 수출대금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수입으로 간주돼 부가가치세가 부과됐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납부는 했고, 나중에 부가가치세 환급시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저희 같은 소규모 회사는 자금회전이 중요한데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 있는 식품용기 업체 B사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수출한 제품 중 일부에 문제가 생겨 제품을 구입했던 바이어로부터 반송을 받았다. 그런데 이 제품이 수입으로 간주돼 부가가치세가 부과된 것.

관세법에 따르면 사용되지 않은 재화를 2년 안에 재수입할 때는 관세가 면제되고, 배상청구(클레임)로 인한 반송품 재수입의 경우에도 면세가 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부가가치세의 경우는 사업자가 재화를 사용하거나 소비할 권한을 이전하지 않고 외국으로 반출했다가 다시 수입하는 재화의 경우에만 면세되도록 규정되고 있다.

그러나 수출재화의 클레임으로 인한 반송은 재화의 권리를 이전이 완료된 상품의 재수입으로 봐 면세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고 있다.

물론 수입재화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매입세액으로 공제가 가능하지만 납부 후 환급받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B사와 같은 소규모 기업은 부가가치세 납부를 위해 차입을 해야 하는 등 일시적인 자금압박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B사 관계자는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고 반송품을 돌려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재화의 수입으로 봐 부가가치세를 선납부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거래와 달리 해외 수출품에 대한 반송품만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며, 중소기업의 해외수출거래를 위축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클레임 등으로 인한 동일품목 재수입시 관세와 동일하게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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