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미국 증시가 추세적으로 6년째 상승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다우존스지수는 지난해 7월 사상 처음으로 1만7000선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 3월에는 1만8000선마저 돌파했다.

나스닥 지수는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 2011년 닷컴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인 2000년 3월의 최고점을 15년 만에 경신했다. S&P 500 지수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률, 기업 실적 등은 증시기초여건 면에서 미국 증시의 강한 상승세를 받쳐주지 못함에 따라 2012년 8월 워런 버핏과 빌 그로스 간 ‘주식숭배 논쟁(cult of equity)’을 계기로 시작된 거품 논쟁이 3년 가깝게 지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예상치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0.2%에 그쳤다. 기업 실적도 애플을 제외하고는 부진하다.

미국 증시 거품 논쟁이 재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월가에서 가장 신뢰가 높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PER)인 CAPE 지수는 현재 25배 이상으로 20세기 평균치인 15배보다 높게 나온다. CAPE 지수가 25배를 웃도는 때는 1929년, 1999년, 2007년 세 차례로 그때마다 큰 폭의 조정을 거쳤다.

美 주식거품 논쟁 재연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이달 8월 워싱턴에서 열렸던 국제통화기금(IMF) 포럼에서 미국 증시는 고평가돼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워렌 버핏도 올해 50주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금리가 정상화될 경우 주가는 비싸게 보일 것”이라며 “미국 금리인상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경고했다.

올 하반기 최대 현안인 Fed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미국 증시에 낀 거품이 붕괴될 경우 증시뿐만 아니라 국채 등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의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투자 자금이 증시로 몰렸고, 선택할 수 있는 안전자산이 제한됨에 따라 국채로의 쏠림 현상이 심했기 때문이다.

Fed가 활용하는 다양한 증시평가 모델 중 가장 선호하는 것은 가치평가모델(FVM)이다. FVM은 증시의 12개월 선행이익수익률(1/PER)을 10년물 국채수익률과 비교해 현재 주가수준을 판단하는 모델이다. 선행이익수익률이 10년물 국채 수익률보다 낮을 경우 고평가, 높을 경우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한다.

자금이탈 등에 미리 대비해야
FVM로 현재 미국 증시를 평가해 보면 S&P500 지수의 12개월 선행이익수익률이 10년물 국채 수익률보다 4% 포인트 높게 나온다. 아직까지 거품이 낀 상태는 아니다.

“미국 증시가 고평가돼 있으나 거품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옐런 Fed 의장의 발언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결과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로 현재의 주가수준을 평가해 보면 종전에 비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버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3대 지수 중 거품붕괴 우려가 높은 나스닥 전체의 주가수익비율은 닷컴 버블 사태가 있기 직전에 약 72배 정도였는데 현재는 20배 초반에 그치고 있다.

나스닥 상장기업 구성도 2000년 이후 두차례 커다란 위기를 거치면서 건실한 기업 비중이 높아졌다. 2000년 초반에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은 4824개였으나 현재는 엄선된 2569개의 기업들이 구성하고 있다.

위기를 거치면서 건전한 기업만 남는 이른바 ‘위기 여과 효과(crisis filtering effect)’다. 상장기업 업종이 다양하게 된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현재 미국 증시는 거품이 낀 것은 아니나 지난 7년 동안 초저금리에 익숙해져 왔기 때문에 앞으로 Fed가 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 밸류에이션의 시험대가 돼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인상, 증시 거품 논쟁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으나 한국과 같은 신흥국 입장에서는 자금이탈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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