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장준(기업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기존의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이번 금리인하는 최근의 수출감소와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경기하강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금리인하는 분명히 경기상승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지만, 반면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인하되면 소비가 증가한다. 그 이유는 금리인하는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데, 이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저축하는 것보다는 소비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금리인하를 해도 소비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유는 11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로 인해 소비자의 소비여력이 매우 낮은 상태에 있고, 설령 소비여력이 있다고 해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소비 대신 저축을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를 인하하면 일반적으로 실문부문에서 투자가 증가한다. 금리인하로 인해 시중자금이 증가하고 투자채산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투자증가의 효과는 아주 제한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시중에는 800조원이 넘는 엄청난 부동자금이 있는 상태이며, 0.25%의 금리인하로는 높은 인건비와 높은 부동산 가격 등으로 인해 이미 크게 낮아져 있는 사업채산성을 역전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수출감소세 저지에 도움될 것
한편, 금리인하는 수출을 증가시킨다. 금리인하는 원화가치 하락 즉, 환율인상을 초래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의 기준금리 인하는 현재의 수출감소세를 저지해 수출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기준금리 인하는 800조원이 넘는 시중의 막대한 부동자금을 증시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금의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입은 최근의 부동산시장 활황과 맞물려 건설경기 상승에 도움을 줄 것이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번의 기준금리 인하는 수출증가, 건설경기 상승 등의 단기적 경기부양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기준금리 인하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제 펀더멘탈 악화 우려도
먼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부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그렇잖아도 부진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이러한 가계부채로 인한 소비위축은 상당히 오래 동안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음은 물론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가져오며, 이는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부동산은 모든 생산의 필수요소인 바,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모든 상품의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한 부동산 비용은 생계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계비 상승을 만회하기 위한 임금인상 압박이 강해진다. 이러한 것들은 결국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가속화시켜 결국 우리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들을 볼 때, 이번의 기준금리 인하는 메르스 확산과 수출부진이라는 당장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단행한 측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은 가급적 지양하고, 경제의 뿌리인 펀더멘탈의 확고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끄떡없고, 꽃도 예쁘고 열매도 풍성하다”라는 용비어천가의 한 구절이 경제의 펀더멘탈의 중요성과 연상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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