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도약을 위해서는 소비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진국들은 민간소비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견인했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일 한국과 주요 ‘30-50클럽’(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을 비교 분석한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도약과 민간소비의 역할’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韓, 소비증가율 < GDP증가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980년대 저달러·저유가·저금리 ‘3저 호황’으로 ‘중진국 함정’을 빠르게 돌파하며 1995년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어 11년만인 2006년 2만달러를 돌파한 뒤, 다시 9년째 되는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도약 과정에 있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의 민간소비 증가율은 GDP 증가율을 지속 상회했다.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도 2만달러 도약기에 평균 59.6%에서 3만달러 도약기 평균 60.7%, 4만달러 도약기에는 평균 61.9%로 늘었다.

반면 한국은 국민소득 도약 과정에 있어 민간소비 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지속 하회하고, 민간소비 비중도 2만달러 도약기 55.7%에서, 3만달러 도약기에는 50.3%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올해 GDP 성장률이 3%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문턱에서 위기에 처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3년째 민간소비 증가율이 1%대에서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 선진국 도약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민간소비는 GDP의 약 50%를 차지하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다른 부문보다 크기 때문에 소비 침체는 곧 한국 경제 침체로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민간소비 위축의 배경으로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가계소득 △국민부담률 대폭 상승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등을 꼽았다.

이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의 가계소득은 소폭 하락한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대폭 하락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축소됐다”며 “또 한국은 조세, 사회보장 등에 대한 국민부담률 상승세가 지속돼 소비 위축 요인으로 작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폭증이 소비위축 ‘주범’
특히 가계부채 폭증이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3년 한국의 가계부채 연평균 증가율은 7.8%으로 같은 기간 미국(4.2%), 영국(4.8%), 독일(0.1%), 일본(-0.4%)을 크게 웃돌았다.

선진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부실을 털어내고 있지만,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3~4%대로 둔화됐지만 오히려 가계부채는 증가하는 기형적인 모습이다.

소비성향 역시 선진국의 경우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상승세로 반전했지만 한국은 노후불안, 주거불안, 일자리 불안 등으로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규제 완화, 관광산업 육성 등 가계소득 증대 방안을 마련하고, 비거치식 금융상품 확대 등을 통한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 고령층 일자리 창출과 공공임대주택 활성화, 저소득층 융자금 확대, 신혼부부 임대주택 제공 등으로 노후불안을 해소하고 주거불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중산층에 대한 복원 노력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민간소비가 위축될 경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도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가계소득 증대 방안을 마련하고, 가계부채 관리, 노후 불안 해결, 주거 불안 개선 등의 민간소비 회복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