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재산(피플스 그룹 대표)

밥을 얻어먹는 거지의 삶이나 노숙인의 삶은 희망이 없고 불행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거지와 노숙인은 상당히 다르다. 노숙인는 스스로 일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개 일시적인 경제적 빈곤으로 정해진 주거 없이 공원, 길거리, 지하철 등을 거처로 삼는 사람들을 말한다.

사실 이러한 노숙인은 거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몸은 멀쩡하고 신체적으로 일을 하는데 전혀 결함이 없으나, 마음이나 의지가 길거리 노숙인처럼 망가지거나 제대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너무나 많다. 소위 ‘마음의 노숙인’들이다. 

가장 심각한 것이 ‘한국형 히키코모리’ 젊은이들이다. 원래 이 말은 ‘방안에 틀어박히다’라는 뜻인 일본어‘히키코모루’의 명사형이다. 

이들은 일체의 사회적인 관계를 거부하고 방안이나 집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지내며, 다른 사람과 대화하지 않고, 낮에는 자고 밤에 일어나 TV나 비디오를 보며 인터넷에 탐닉하는 행태를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유형의 젊은이들이 한국에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사실인데 이들은 몸만 성할 뿐 길거리 노숙인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요즘에는 직장 내에서도 마음의 노숙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소위 밥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조직에서 무임승차하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패러사이트 미들(parasite middle)’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기생충, 기생동물,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를 뜻하는 ‘Parasite’와 조직의 중간관리자를 뜻하는 ‘Middle’의 합성어이다.

중간관리직이지만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방관만 하면서 옛날이야기만 하는 45세 이상의 중간관리직을 지칭하는 말이다. 정보를 흘려도 소용이 없고, 보고서를 올려도 제대로 읽지도 않는다. 자신이 해야 할 일도 태연하게 부하에게 맡기고, 지시도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다고 책임 회피적인 발언만 하는 관리자들이나 고참 사원들이다.

 다른 한 부류는 정년 이전에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으로 인한 조기퇴직자들이다. 서양의 직장인들은 일생 동안 직장이동이 9~12회, 커리어 변화는 3~5회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샐러리맨들의 경우는 해오던 일이 인생의 전부요, 일과 가정은 별개의 문제였다. 이들은 막상 세상을 나오긴 했지만 할 일이 없다. 결국 매일 집에서 옛날 같지 않은 마누라의 눈칫밥을 먹을 수는 없다 보니 정처 없이 밖을 헤매야 하는 노숙인처럼 된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의 노숙인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갖게 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바닥을 치면 일어서는 것은 비단 주식시세만이 아니다. 삶도 마찬가지다. 만약 바닥을 쳤다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얼굴 씻고, 수염 깎고 공사판 잡일이든 청소일이든 찬밥 더운밥 안 가리고 두손 걷어붙이며 나서야 한다.

마음의 노숙인들이 일어서려면 스스로 변화하려는 자신의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 부모들도 자식들에게 무조건 껴안고 베풀기보다는 이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주고, 스스로 일어서도록 채찍을 가해야만 한다. 조직에서도 마음에 노숙인이 되지 않기 위한 투자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아울러 정부도 무조건 베풀기만 하는 무상복지가 아니라 일을 통해 일어서도록 하는 복지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본에서 마츠시다 고노쓰케, 혼다 소이치로와 함께 3대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교세라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왜 일하는가?’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하고 있다. “일을 한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단련하고 마음을 갈고 닦으며, 삶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가장 소중한 행위요 만병통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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