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폴란드, 천년의 예술

여름 방학을 앞두고 대형 전시가 잇따라, 박물관과 미술관 나들이하다 방학이 훌쩍 지나갈 것같다. 메르스 여파로 관객이 없어 걱정이라지만, 예술 작품 애호가들에겐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전시가 여름 내내 이어진다. 

가장 학술적이며 폭 넓고 진지한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8월30일까지 열리는 <폴란드, 천년의 예술> 전이다.

‘쇼팽과 코페르니쿠스의 고향’이란 부제목을 단 데서도 알 수 있듯, 통상적인 미술품 위주 전시와는 달리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가 쓴 원고 복제본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와 그와 관련된 천체, 천문학, 망원경 등이 전시돼 있는 방이 따로 있고,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음악을 들으며 친필 원고와 손 조각 등을 볼 수 있는 방도 있다.

바르샤바국립박물관을 비롯한 19개 기관에서 온, 중세부터 20세기까지의 폴란드 예술의 흐름과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회화, 조각, 소묘, 공예, 포스터 등을 찬찬히 살피는 데는 최소한 2시간이 필요하다.

유럽 연표와 폴란드 연표가 나란히 걸려있고, 폴란드 역사를 독특하고 강렬한 그림으로 표현한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어, 유럽의 동과 서의 경계에 위치한 데다 드넓은 평야 지형으로 인해 전쟁과 침략이 잦았던 폴란드 역사를, 기본적으로 숙지한 후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폴란드 예술의 기원, 중세’다. 서기 966년, 폴란드에 가톨릭이 공인된 해를 폴란드 건국 원년으로 보기때문에 이러한 제목이 붙은 것이다.

교회 건축 장식이나 예배를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돌 조각, 그림, 제단 등은 가톨릭 신자들에게 특히 경건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비탄의 성모와 사도 요한’ ‘영광의 성모자’ ‘마리아의 친족’ ‘피에타’ ‘성모자’ 등, 성모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 그 가족과 제자들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표현한, 나무에 채색한 조각상들은 깊은 신앙심을 소박하게 드러낸다.  

‘사르마티아 시대의 예술’은 16~18세기, 광대한 영토를 차지하며 정치, 경제적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폴란드 귀족들이 자신들을 고대 동방의 용맹한 사르마티아 사람의 후예라는 믿음을 가졌던 시절의 미술품을 소개한다.

음악으로 국권을 잃은 조국 사랑을 표현했던 프레드릭 쇼팽의 발자취는 ‘쇼팽, 조국을 연주한 피아노의 시인’ 방에서 만날 수 있다. 쇼팽의 일대기를 전하는 다큐멘터리에선 쇼팽의 탄생에서 교육 과정, 유명 음악가들과의 교류, 조르주 상드와의 사랑과 이별, 죽음 등이 풍부한 자료 화면과 함께 설명된다.

현지 박물관에 입장한 것처럼 꾸민 벽의 색채에서부터 왕의 행렬을 기록한 기인 두루마리 그림에 효과음과 움직임을 넣어 보여주는 영상물 등, 전시 방식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도슨트 설명은 기본이고, 전시 연계 프로그램인 강의와 음악회, 영화 상영에도 참여하면 폴란드 여행을 가더라도 오랜 시간 투자하기 어려운 박물관 기행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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