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디지털뱅크

현재 지구상에는 사람 수만큼의 휴대전화가 있다. 이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누군가와 디지털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바일 덕분에 70억 인구가 일대 일로 소통하고, 공유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이 뒤바뀌고 있다. 은행의 기능도 예외는 아니다.

30여년 전 씨티은행의 CEO였던 존 리드는 “뱅킹은 비트와 바이트일 뿐(Bankingis just bits and bytes)”이라고 말했는데 컴퓨터 혁명과 21세기 모바일 혁명을 차례로 거치며 그 예언은 현실이 됐다.

<디지털뱅크, 은행의 종말을 고하다>(원서 : Digital Bank, 미래의창, 2015년 4월)는 IT와 금융이 만나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아마존의 ‘페이팔’과 애플의 ‘애플페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삼성과 다음카카오가 각각 ‘삼성페이’와 ‘카카오페이’를 내놓으며 금융의 영역으로 뛰어들고 있다.

디지털 혁명으로 IT와 은행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은행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은행이 아니다. 앞으로는 은행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혹은 애플이나 삼성과 경쟁해야 하는 금융 주도권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디지털뱅크>는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디지털뱅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몇년 만에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SNS가 됐듯이, 지금 일고 있는 핀테크(FinTech) 열풍은 가히 혁명적이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단순 결제서비스에서 출발해 펀드와 보험, 예금과 대출에 이르기까지 금융영역 전반에서 IT와 금융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디지털뱅크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일찌감치 전자결제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결제시스템은 사용자들이 한번 선택하면 좀처럼 바꾸지 않기 때문에 결제시장을 장악하면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국내의 수많은 ‘해외 직구(직접구매)’족들은 페이팔(Paypal)을 이용해 달러로 결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인도의 이치치 은행은 2012년 2월 페이스북에 은행의 모든 서비스가 가능한 앱을 출시했다.

인도에는 8000만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있기 때문에, 이치치 은행은 이 전략을 통해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은행 서비스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것은 현실이 됐다.

중국의 ‘알리페이’ 가입자 숫자는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8억명이 넘었다.
우리의 지갑을 차지하고 있던 지폐가 신용카드로 대체 됐듯이 신용카드가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 카드 없는 결제가 가능한 세상이 됐다. 돈은 은행이나 지점, 현금인출기에 있지 않고 데이터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 은행 강도는 총을 들고 은행 안으로 들어가 돈을 털었는데 지금은 은행 지점이 아닌 온라인에서 은행을 털려고 한다. 온라인에 돈이 있기 때문이다. 돈은 데이터 안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새로운 종류의 돈이라고 하는 것이다.

산업화 사회 이후 은행은 수백년 간 익숙해진 개념인데 앞으로는 골목골목마다 자리를 잡고 있던 은행 지점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금껏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금융의 신세계가 시작되고 있다.

- 글 : 이채윤 / 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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