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외화대출 제도의 혜택을 대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이용해 기업들에 68억3000만 달러(약 7조5700억원)의 외화대출을 해줬다. 이중 65억7000만달러(96.2%)가 대기업의 몫이었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출은 2억6000만달러(3.8%)에 그쳤다.

해외에서 조달 때보다 유리
외화대출은 시중은행이 외평기금 수탁기관인 수출입은행, 산업은행을 통해 저리로 받아 기업에 대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금리는 연 0.2∼1%로, 해외에서 외화를 자체 조달할 때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정부는 외화대출 제도 시행을 결정하며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활용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된 것이다.

은행권 마진이 합쳐지므로 기업들이 적용받는 실제 대출금리는 더 높다. 다만 해외에서 외화를 자체 조달할 때에 비해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처음에는 100억달러가 소진되면 외화대출 제도를 종료하기로 했었으나 엔저현상이 심화되자 지난해 7월 한도를 150억 달러로 확대했다.

외화대출이 대기업에 몰린 이유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쿼터’가 별도로 설정돼 있지 않고 중소기업들이 대출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안정적인 대기업 위주로 대출을 해준 것이다.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 선호
이에 대해 류환민 국회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은 2014회계연도 결산 검토보고서에서 “외평기금을 통한 외화대출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정부 주요 정책의 하나이기 때문에 가급적 효과가 고르게 분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위원은 “기재부가 외화대출제도를 시행할 때 기업 규모별 대출 쿼터를 설정하거나 이자율을 차등화하는 등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출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외화대출을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대기업에 비해 시설재 수입 수요가 적은 데다 최근에는 매출 전망이 좋지 않아 시설재 수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올해 1월부터 중소기업의 외화대출에 10∼15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센티브를 주며 중소기업 대출과 시설재 수입을 위한 외화대출에 35억 달러의 한도를 별도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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