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나를 위로하는 그림

‘그림 레시피’가 뜨고 있다. ‘요리 레시피’처럼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어오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아간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지만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일도, 사랑도, 친구도, 가족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고 어디론가 달아나고만 싶다.

하지만 우리는 참고 또 참으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그런 어느 날, 당신의 발길은 어쩌다가 미술관에 닿고, 아무 대책 없이 한 장의 그림에 빨려들어간다.

<나를 위로하는 그림>(책이 있는 풍경, 2015년 4월)은 나를 멈추게 한 한장의 그림을 통해 그림이 삶이 되고, 삶이 그림이 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아름다운 그림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일과 삶에서 좀 더 행복해질 기회를 얻게 된다.

좋은 그림은 오랜 세월의 검증을 거쳐 ‘명화’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명화들은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의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어루만져주며 우리와 함께했다.

그런 그림을 들여다보면 마음속 위대한 비밀 장소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슬픔을 세탁하게 된다. 그림은 마음 구석구석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당신은 그림을 통해서 진짜 내 마음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나를 위로하는 그림>은 ‘그림 레시피’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책이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들여다보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집중력은 창조성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그림 한 장이 인생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거나 대안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당신은 한장의 그림을 통해서 따뜻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얻고, 영혼을 감싸는 소울 푸드에 심취하면서 나의 그림을 꿈꾸고 내 꿈을 그리면 족한 것이다.

가령, 커피향이 그윽하게 다가오는 비오는 날이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이탈리아의 화가 빈센초 이로리의 <창가에서>가 그런 그림이다. 비오는 날 커피를 마시는 여인을 그린 그림인데 그림 속의 고요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떠올리면서 한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내다보노라면 그림 속의 그녀와 당신은 어쩔 도리 없이 하나로 녹아버리게 될 것이다.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는 도시인의 고독한 모습을 유난히도 많이 그렸다. 호퍼가 그린 도시 풍경에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고독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오전 11시>는 현대인의 쓸쓸한 아침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베이지색 외투가 여인의 의자에 대충 걸려 있고, 검은색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보니, 출근하려다 순간 포기하고 소파에 풀썩 주저앉은 것만 같다. 출근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진공에 가까운 고요 속에서 그림 속의 여인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통째로 부서져 내릴 것처럼 위태롭다. 그런 날이면 무작정 길을 나서서 걷는 것이 좋다.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또 걷다보면 복잡한 생각들이 절로 사라진다.

니체는 “진정 위대한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걷는 일은 사유와 명상, 지유와 기쁨, 위로와 용기의 원천이 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발길을 미술관으로 향하게 한다면 당신은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 드가의 <미술관 방문>은 마음에 드는 한 작품에 몰입한 두여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자들이 나누는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 글 : 이채윤 / 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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