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밤의 아이들(Midnight’s Children)

인도 출신 캐나다 여성 감독 디파 메타의 2012년 작 <한밤의 아이들>은 문제적 작가 살만 루슈디의 방대한 원작과 내레이션 참여 등의 제작 배경을 알고 보면 더욱 좋을 영화다.

부커상을 세번이나 수상한 원작이 워낙 방대한 탓인지, 인도 근현대사와 함께 한 4대에 걸친 이야기를 146분에 압축한다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던 것 같다. 더 진행돼야 할 이야기나 캐릭터가 공감대를 형성하다말고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디파 메타 감독의 야심작이긴 하나 대표작으로 꼽기는 힘들겠다는 평을 할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제3국 사람들이 인도의 독립에서부터 동·서 파키스탄의 분리와 스리랑카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인도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부패한 정치인과 군부와 내전 등으로 희생된 민중의 삶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 있는 이만한 영화도 없지 싶다.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적 배경, 그리고 멀리 타지마할이 보이는 아그라에서 시작해 델리, 카라치, 봄베이 등의 공간적 배경을 담아낸 영화는 69일 간 651군데를 이동하며 촬영했다고 한다. 관객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배경과 800명의 등장인물에 먼저 압도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지배자였지만 모든 재산을 두고 도망가야 했던 영국인이 떠돌이 악사의 부인을 강제로 취해 태어난 아이 살림(사탸 바바). 비천하게 살아야할 운명을 안고 태어난 살림이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준 상류 사회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고문한 군인 시바(시다하스 나라얀)가 자신의 연인 프라바티(시리야 사란)를 겁탈해 낳은 자식을 받아들이게 되기까지의 극적인 여정.

반면 부유한 가문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뒤바뀐 운명으로 인해 떠돌이 악사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반항을 키운 시바는 죽음의 전령처럼 전쟁에 앞장서게 된다.

핏줄을 거스른 엇갈린 운명에다 자라난 환경이 더해져, 정반대 가치관을 형성했던 살림과 시바는 인도가 독립 이후 거치게 되는 험난한 역사를 상징한다.

1947년 8월15일 자정,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순간에 태어난 나머지 999명의 ‘한 밤의 아이들’ 역시 살림과 시바처럼 신비한 능력을 갖고 태어났지만,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나라를 위협할 것’이라는 정치가의 주장으로 시대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점술가에게 의존했던 독재자 수상 인디라 간디가 ‘한 밤의 아이들’을 잡아 죽이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 대부터 자신의 아들 출생까지를 되돌아본 살림은 “고된 인생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사랑의 연속이었다”고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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