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열리는 정보 및 소비가전 관련 박람회라고 하면 세빗(Cebit)을 우선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크고 잘 알려진 전문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큰 전시회는 매년 이태리 밀라노에서 열리는데 스마우(SMAU)를 꼽을 수 있다.
세빗 만큼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금년 참가를 통해 얻게 된 정보와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 스마우의 가치를 나름대로 알려보고자 한다.
밀라노의 Fiera Milano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10월2일부터 6일까지 5일 동안 계속됐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람객의 수만 따져 본다면, 주최측에서는 흥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현지유통상, 직수입 희망
처음 이틀은 비즈니스 데이로 지정이 됐고, 다음 이틀은 토요일과 일요일이라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퍼블릭 데이로 지정됐다.
마지막 날은 다시 비즈니스 데이로 지정이 됐는데, 대부분 바이어와의 만남은 마지막 날에 이뤄진 점과 밀라노 지역 외에 타 지역과 인근 국가들의 방문객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특징이었다. 방문객 중 아주 극소수만이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에서 로컬 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 번에 함께 전시에 참가한 국내 업체는 20개사. 국내 출품 업체들이 전시 기간 동안 제일 많이 신경 쓴 부분은 전시품의 도난 방지였다. 한국에서 함께 참가한 한 업체가 첫날 전시품을 도난 당했을 때 이 곳이 이태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녀 도우미들을 앞세운 업체들의 홍보 전략이나, 프로모션용 상품 나눠주기 행사들은 국내의 어느 전시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으나 교통 요금을 비롯해 간단한 요기꺼리마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국내 물가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최소한 이태리 시장을 목표로 유럽시장을 진출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업체들에게 스마우는 분명 추천할만한 행사라고 판단이 된다.
첫째, 스마우의 참관자들 중에는 이태리 내 유통업자들의 방문이 많았으며 그들은 해외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수입을 희망하고 있었다. 소비자 물가가 높은 만큼 유통마진이 높다는 이야기가 되며 유통 업자의 입장에서는 제조사와 직거래 하면서 희망적인 사업계획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산 제품 이미지 좋아
둘째, 직거래의 물꼬를 트게 되면 거리를 감안한 운송비를 고려하더라도 국내 제품의 가격을 제대로 산정해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보였다. 이태리 주요 도시들에 소매점 10여 곳을 직접 운영한다는 유통상이 힘주어 강조하려 했었던 내용도 알고 보면 직접 유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던 것으로 판단된다.
세째, 국내 대기업들의 IT관련 진출이 두드러지고,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의 기술이 뒤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이미지 역시 좋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굴지의 전자 제품들이 고급 제품으로 대우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산 제품들이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는 길은 반드시 교과서적인 주장만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이 보였다.
그러나 제품 디자인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싶다.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금연’ 표시 하나도 디자이너의 상당한 노고가 깃들여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만들어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 놓을 법도하다. 그러나 이들은 주변과의 조화를 생각하고 표시 하나 하나를 디자인하고 부착장소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비슷하거나 같은 성능이라면 우수한 디자인의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를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너무 빠른 속도로 선진기술을 따라 잡는데 쏟아 부은 에너지를 이제는 방향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스마우 전시회 참가를 통해 유럽 반도에 한국산 제품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잠재수요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 운(두모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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