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만(중앙대 교수·한반도개발협력연구네트워크 이사장)

최근 동아시아 지역은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급격한 부상으로 인해 이 지역의 경제 규모는 EU 경제권을 추월해 곧 미국의 경제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동아시아 경제권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한반도 경제는 분단으로 인한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동아시아의 대륙과 바다를 이어주는 물류의 중심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례처럼 한반도 통일경제에 새로운 활력과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따라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통일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한반도 경제개발 정책이 수립돼야 하며 새로운 정책은 분단시대의 개발 계획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 방향은 한반도의 지경학적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으며 남북경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이 합리적으로 계획되고 효율적으로 수행될 때에만 한반도 통일경제의 장기적 발전이 가능하다. 아울러 통일 과정에서 이뤄지는 남북경협도 이러한 방향과 조화를 이루면서 수행돼야 한다.

한편 남북 간 불필요한 긴장과 대립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우리는 남북대화의 재개와 경제협력의 확대를 통해서 남북 경제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열어야 하며, 이를 통해 민족 경제의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상생 위한 교류의 장 필요
한국 경제가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서 4만, 5만달러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해답은 통일경제권 형성에 있다. 따라서 남북은 부작용 없는 남북 경제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경제협력으로 그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남북관계의 경색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국영 기업과 농업부분에서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고, 자율적 경영을 확대하는 한편 전국을 경제개발구로 지정해 맞춤형 외자 투자유치 정책을 추진하는 등 경제 정책의 변화를 보였다. 또한 나진·선봉 특구의 경우는 외국투자에 제한이 없으며 부동산 투자 등 거의 시장경제 수준의 경제활동이 외국 진출 기업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의 시장 확대에 따라 시장에 의존하는 생활양식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으며, 이와 함께 새로운 가치관을 갖는 새로운 세대(일명 장마당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장마당 세대’적극 활용을
북한의 20~30대 젊은 세대인 장마당 세대는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1980~90년대에 태어나 아사자가 발생할 만큼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유년·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로, 이때부터 생존을 위해 장마당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자란 세대이다.

북한 전체인구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시장 의존적으로 성장하며 기존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어 북한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이와 같이 최근 북한 사회는 ‘아래로부터의’ 북한 주민들의 생활양식의 변화와 함께 ‘위로부터의’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를 통해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변화는 규모와 영역에서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24 조치로 인해 남북경협은 전면 중단 상황에 있으며 유일하게 남아있는 개성공단도 인력수급, 임금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어 아직 정상적인 발전궤도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북한의 인력송출 확대 등 대외환경의 변화로 인해 대북 협상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경제 환경이 변화하는 만큼, 기존 남북 경제관계의 기본 틀도 변화해야 한다. 기존의 경직되고 융통성 없는 대북 정책을 밀고나갈 경우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장마당 세대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혁·개방의 길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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