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에 단풍이 한창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된 설악산지구는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소문나 있다. 설악산은 단숨에 달려가 한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설악은 외설악지구, 남설악, 내설악지구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어느 곳이나 단풍 구경하기는 괜찮다. 그중에서 험하기로 소문난 곳은 내설악지구. 오랜만에 내설악지구에 있는 오세암, 봉정암 코스를 둘러보기 위해 여행을 다녀왔다.

내설악지구는 백담사방면으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선이 다소 길기는 하지만 산길이 잘 나 있어서 많은 관광인파가 찾아든다. 단풍이 들때면 길에서 채일 정도로 많은 등산객들을 만날 수 있다. 백담사에서 셔틀을 이용해서 3km정도 걸어올라가면 백담사다. 백담사 가는 계곡 옆으로 온통 단풍이 들었다. 백담사 규모는 예전보다 많이 커진 듯하다. 한용운이 칩거했다는 것보다는 전두환 전대통령이 머물렀다는 것으로 더 각인된 곳. 걸레 스님 중광이 이름 붙였다는 농암장실이 새롭게 눈에 띈다. 불교용품을 팔면서 한켠에 나무 의자를 만들어 둔 평범한 찻집이다. 사찰 주변에는 많은 관광객들과 등산객들이 어우러져 북적거린다.
백담사를 지나서는 호젓한 산길이다. 계곡길과 평지 숲길을 따라가게 돼 있어서 난코스는 없다. 붉은색과 노란색 등 형형색색의 단풍이 어우러져 산행길이 힘들지 않다. 1시간 이상 걸으면 영시암이 산길 옆에 모습을 드러낸다. 땅이 비옥한지 배추도 많이 심어 놓았다. 약수터 옆에는 벤치도 있고 기와불사 천막에서는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권한다. 사탕 함지도 있다. 이곳에서 오가는 사람들과 정보를 교환했다. 이곳에서 봉정암까지는 대략 7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오세암까지는 3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세암에서 하룻밤을 유하고 다음날 봉정암으로 향하면 된다. 세렴동 갈림길에서 오세암까지는 2.5km. 고개마다 약수터가 있어서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세암을 가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깔닥고개’를 넘어야 한다. 고갯길에서 만경대도 빼놓수 없는 코스다. 만경대는 여행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설악산의 비경을 보기 위해 꼭 둘러보는 코스다. 가파른 벼랑길을 올라가면 바위 암봉이 나오고 발밑으로는 내설악산의 절경이 펼쳐진다. 파란 하늘과 붉게 색칠된 단풍, 기암이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만경대에서 내려와 고갯길을 내려서면 오세암이다. 오세암은 이미 영화 등으로 익히 알려진 곳이다. 법당은 천진관음보전이란 편액이 걸려있고 안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백의의 관음보살상이 있고, 왼편에 아기동자상이 있다. 오세암은 644년, 신라 선덕여왕 13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됐다고 한다.
이곳에서 관음보살의 진신을 친견한 자장 율사가 절을 창건하고 관음암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 1643년(인조21년)에 설정스님이 중건한 다음부터 오세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룻밤 유하려면 1만원만 주면 되는데 불자가 아니면 안된다고 한다.
오세암에서 봉정암까지 3시간30분에서 4시간정도가 소요된다. 산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서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대신 봉정암에 이르는 막바지 난코스는 감안해야 한다. 산행 중간 지점에서는 따끈한 당귀차(2천원)를 파는 곳도 있다. 고갯길을 넘어서 주변을 살펴보면 마치 무릉도원인 듯 환상적인 절경이 펼쳐진다. 발 밑으로는 사리탑(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1호)이 모습을 드러낸다. 봉정암은 소청봉 북서쪽인 해발 1천224m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봉정암은 거대한 바위를 중심으로 가섭봉, 아난봉, 기린봉, 할미봉, 독성봉, 나한봉, 산신봉이 감싸고 있다. 자장율사가 644년(선덕여왕13년)에 창건 이후 지금까지 모두 아홉 차례에 걸쳐 중건됐다. 667년(문무왕17년) 원효대사의 중건에 이어, 고려 중기인 1188년에는 보조국사가 중건했다. 1648년(인조26년)에는 환적의천 스님이 중건했고, 1678년(숙종4년)에는 등운스님이, 1748년(영조24년)에는 설정스님이 부처님의 탱화를 봉안하고 배탑대(拜塔臺)와 누각을 건립했다. 그리고 1780년(정조4년)에는 계심스님이, 1870년(고종8)에는 인공, 수산스님이 중건해 우리나라 제일의 기도도량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6.25로 인해 봉정암은 완전히 소실 됐다. 그후 법련스님이 1천일 기도 끝에 자그마한 법당과 요사채를 완공했고 1980년대 중반에 주지로 부임한 도영스님에 의해 6년 동안의 불사 노력으로 청기와로 단정한, 정면 5칸의 적멸보궁을 비롯해 일주문, 해탈문, 산신각, 요사채, 석등을 건립했다.
하산은 세렴동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좋다. 계곡, 폭포, 단풍이 어우러져 장관이다. 하지만 무리 하지 않고 대청봉까지 섭렵하려면 봉정암에서 하룻밤 더 유하는 것도 권할만하다.
■자가운전 : 서울 망우리고개~6번 국도~양평에 이르러 44번 국도~홍천~인제~한계리 민예단지 휴게소앞 삼거리에서 미시령방면 46번 국도이용. 12선녀탕 지나면 우측에 백담사 팻말.
■여행사 이용 : 용진항공여행사(02-2279-1191~3)등을 이용하면 백담사까지 차량이동이 가능하다. 2박3일 일정으로 숙박, 먹거리까지 합쳐서 1인 5만원이면 가능하다. 가이드도 있어서 여러 가지로 편리.
■별미집·숙박 : 용대리는 황태와 순두부 등 토속음식점이 많다. 백담순두부집이 소문나 있지만 예전에 비해 맛에 있어서 조금 차이가 나는 듯하다. 그래도 먹을 만하다. 조금 떨어져 있지만 용대삼거리에는 황태구이를 잘하는 집이 있다. 용바위 식당과 진부령 식당이다. 두 곳 다 장아찌류 등 밑반찬 맛이 괜찮다. 두 집은 황태구이에서 차이가 난다. 용바위는 양념없이 구워내고 진부령은 야채를 얹어내는 특색이 있다. 원하는 취향에 맞추면 된다. 숙박은 용대 자연휴양림의 새로 지은 휴양관이나 모텔 등을 이용하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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