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숭실대 명예교수)

“백마는 가자 울고 날은 저문데 거칠은 타관 길에 주막은 멀다.” 엉뚱하게 이 노랫말이 떠오른다. 민생은 괴로워 울고 있는데 정치는 주막 역할을 하기는 커녕 경제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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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지난달 9일 “경제 살리기 위해 기업은 투자도 내수 진작도 할 테니 정부와 국회가 투자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호소했다. 오죽하면 이런 호소를 할까.

복지 포퓰리즘과 정치실패 때문에 발생한 그리스 사태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투자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도 허공을 맴돈다. 국회선진화법 탓만 할 게 아니다. 그동안 정부가 경제에 ‘올인’한 흔적이 별로 없다.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했어도 크게 바뀐 게 없지 않은가. 추경은 단기대책이다. 단기대책과 함께 노동·공공부문을 비롯한 구조개혁에 총력전을 펼쳐야한다.

청년들은 ‘임금피크제 시행하라’고 국회와 민주노총을 향해 목청을 높이고 일자리 달라고 아우성이다. 정년은 연장되지만 임금피크제는 손도 못 대고 있다. 그러면서 청년실업을 걱정한다.

‘그리스 사태’남의 일 아니다
청년실업 해소는 구호만으로, 또 단기에 해결되지 않는다. 임금피크제 실시와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선 등 노동시장 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 각오로 임해야한다. 고학력 실업자의 눈높이와 그에 걸 맞는 일자리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교육개혁·직업교육 강화로 대처해야한다.

연간 40여만명이 취업시장에 나온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고용증가에는 한계가 있다. 알짜배기 중소기업과 벤처가 희망이다. 기존에 없던 일자리를 만들어야한다. 청년들에게 꿈을 심어야한다. 창업을 부추기고 벤처 영웅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이야기를 신화처럼 들먹이고 있을 일이 아니다.

장수기업과 ‘히든 챔피언’을 육성해야한다는 소리는 요란했다. 가업승계 지원도 숱하게 들어본 소리지만 부의 대물림을 막아야한다는 정치논리에 막힌다. 가업상속공제의 기준을 대폭 완화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상속세 때문에 회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를 보는 중소기업인들은 편법을 이용하려하거나 가업승계를 포기할 마음을 굳힌다. 이는 바로 기업경영의 단절이다. 기업경영을 지속하면서 세금을 내고 고용을 유지한다면 그건 ‘도랑치고 가재 잡기’다.

중소기업 맘껏 뛸 새판짜야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2015년 4월18일자)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가족기업이며 독일의 경우 중소기업(Mit telstand)의 3분의 2가 가족기업이라는 것이다.

가족기업의 비중은 미국이 33%,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40%, 동남아는 56%에 이른다. 어느 나라든 가족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가족경영이 후진적 지배구조가 아니라 장점이 많다는 증거다.

가족기업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고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하는 길을 터야한다. 일본정부는 세제혜택을 통해 경영권 조기승계를 독려하고 있다. 중소기업경영진의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언제나 무성한 건 중소기업 살리자는 소리다. 정치인들이 중소기업을 위한다며 그럴듯하게 희망사항과 설익은 정책포부를 발표하는 경우도 흔하다. 포장만 바꾼 정책을 새로운 정책이라고 발표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중소기업은 기대의 상승과 상승된 기대의 좌절을 맛본다. 희망사항에 불과한 알맹이 없는 정책을 남발하지 말고 중소기업이 맘껏 뛸 수 있게 판을 짜야한다.

그 판에서 어떻게 뛰든 그건 중소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다. 경쟁력 없는 기업을 살리겠다는 신호를 주어서도 안 된다. 중소기업인도 지원에 기대며 남 탓하는 낡은 사고의 틀을 깨야한다. 자생력을 기르는 건 기업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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