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서재]어떻게 죽을 것인가

산업화가 시작되기 전인 1960년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52세였다. 현재 평균수명은 남성이 약 79세, 여성이 약 83세 정도다.

앞으로의 세대는 90~100세가 무난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런데 오래 살게 됐다고 좋기만 한 것일까? 길어진 평균수명이 그리 즐거워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건강하기만 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노년의 삶이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우선 60세 정도에 은퇴를 하게 되면 할 일이 별로 없다. 일이 없어지면 수입도 끊기게 마련인데 그때부터 몸도 아프기 시작하고 자식들도 떠나간다. 황혼이혼을 하거나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나면 엄청난 고독이 엄습해온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원서:Being Mortal, 부키, 2015년 5월)는 현대인이 경험하는 죽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나이 들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존재라는 게 어떤 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보건대학 교수로 있는 저자 아툴 가완디(Atul Ga wande)는 의사이면서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100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현대 의학과 인간의 삶에 대한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제기해온 우리 시대의 최고 지성이다.

저자는 외과 전공의 과정 1년차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오늘날까지 자신의 임상경험을 적어서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등의 베스트셀러로 펴냄으로서 저술가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그동안 현대 의학은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정작 의학은 길어진 노년의 삶을 구원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화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통제력을 누리는 삶의 방식을 제공했다. 하지만 고령화라는 것 자체가 달라진 세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과거에는 60살 정도에 은퇴를 하면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다행히 장수를 할 경우 집안의 우두머리라는 지위와 권위를 유지하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노인들이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한 몸을 지탱해오던 신체의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유전자와 세포와 살과 뼈가 가진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기가 도래한 탓이다. 그 과정은 점차적이면서도 가차 없이 진행된다.

저자는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두렵지만 꼭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 등 매 장마다 최근의 사례를 인용하면서,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성찰하도록 만든다.

또한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할 의학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또 변화시키지 못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유한성에 대처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 현실을 어떻게 왜곡시켰는지를 성찰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삶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지혜와 용기다. 그런데 용기를 모두가 가질 수는 없다. 용기를 가진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 글 : 이채윤 / 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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