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사흘째 이어진 지난 13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원·위안화 환율과 코스피 지수가 표시 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사흘 연속 이어진 위안화 평가절하 충격을 딛고 반등에 성공해 7.99포인트(0.40%) 오른 1983.46으로 마감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기습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도 이에 따른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3일 달러·위안화 중간가격(기준환율)을 전날보다 1.11%(0.0704위안) 올린 6.4010위안으로 고시했다. 기준환율의 상향조정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지난 11일과 12일에도 1.86%, 1.62% 내린 바 있는 위안화 가치는 사흘간 4.66% 떨어졌다.

中, 내수·수출부진 타개 안간힘
앞서 인민은행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발표하면서 기준율 산정을 시장 수급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관리변동환율제도를 기반으로 환율제도를 운영하면서 기준환율 결정을 보다 시장 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것.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가 중국의 수출부진을 타개하고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지난달 증시 폭락까지 겹치면서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난달 자동차 판매가 1년5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수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8.9% 줄어드는 등 경제 경착륙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출·내수가 급감하면서 결국 문 닫는 공장들이 속출하고 중국 경제 불안의 또 다른 축인 ‘부채폭탄’까지 점화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0이다. 지수 50은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수치로 중국 제조업이 ‘기로’에 서 있다는 의미다. 7월 산업생산 역시 시장 전망치인 6.6%를 밑돌았다.

지난 11일 오전 인민은행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해 ‘일회성 이벤트’라고 공언했지만 하루 만에 말을 뒤집고 다시 추가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같은 위기감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측면에서 중국 환율정책의 변화는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자동차·조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은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위안화 절하에 따라 한국 원화도 동반 절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반면 해외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하거나 중국인 관광객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영향, 긍정vs부정 ‘팽팽’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는 수출경쟁력 강화 목적도 있다”며 “우리나라 대중 수출 대부분이 중간재이기 때문에 우리 수출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품 중 70%가 중간재인 만큼 중국 수출이 늘면 우리 수출도 동반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은 2000년 84.9%에서 2013년 73.2%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70%가 넘는 상황이다.

원화 역시 평가절하된 위안화에 동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한 지난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9원 급등했고 2차 조치가 이뤄진 12일에는 1190원대로 급등하며 3년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출 비중이 높고 중국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업종의 경우 상당한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최근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성장률이 둔화된 중국 차 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이면서 중국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실적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중국의 경기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중국 토종 업체들과의 경쟁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론 중국 수출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우리 수출에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이 이런 위험이 있는 업종으로 거론된다. 화장품, 면세점, 항공 등 유커(중국인 관광객)와 관련된 소비재 업체들도 울상인 분위기다. 중국인들의 해외 소비가 국내 소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중국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조 2025’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한국 부품 소재 산업의 대중 경쟁력 우위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위안화 절하로 중국 경기가 살아나도 우리 수출이 예전만큼 늘어날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의 경우 업체 규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대형 조선사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위주여서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선종이 적고 기술과 품질에서 높은 평가로 받고 있어 위안화 평가절하로 원화 환율이 계속 오르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중소 조선사들이 주력하는 중소형 탱커 분야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추가 절하 가능성은 낮아
인민은행은 지난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위안화 환율조정이 거의 완료돼 추가 평가절하 여지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장샤오후이 인민은행 행장조리는 “위안화 환율 개혁조치 이후 자본시장 충격 등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시장이 안정화 기조를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행장조리는 “장기적으로 보면 위안화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강한 통화”라면서도 “위안화는 점점 안정되고 있다. 앞으로는 절상 추세로 복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민은행은 아울러 외환시장 발전을 위해 적격 외국 기관을 대상으로 외환시장 문호를 개방하는 한편 역내와 역외 위안화 환율이 보다 광범위하게 수렴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 거래시간도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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