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바이오젠

알츠하이머병은 현재 미국의 10대 주요 사망 원인 중 유일하게 예방이나 치료, 진행 속도 완화 방법이 없는 질병이다. 그러나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한 바이오기술 업체가 알츠하이머 정복에 그 어떤 곳보다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바이오젠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 바이오기술 업체로, 획기적인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를 여럿 개발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2010년 7월 조지 스캔고스(George Scangos)가 바이오젠의 CEO에 올랐을 당시 그는 경쟁 업체들이 훨씬 앞서 있었던 종양학 및 심혈관 질환 부문은 투자를 지속할 이유가 적다고 판단해 신속히 연구를 중단했다. 바이오젠은 스위스 업체 노이리무네(Neurimmune)가 찾아낸 반아밀로이드 항체 아두카누맙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알츠하이머는 부담 없이 손댈 만한 분야가 아니었다. 수십년 동안 훨씬 규모가 크고 자원이 풍부한 업체들도 쩔쩔매게 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는 바이오젠의 사업 계획에서 특별히 주목받는 질병이 아니었다.

바이오젠 외에도 릴리와 화이자 등 최소 4개 업체가 아밀로이드 단백질 항체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바이오젠이 다섯 업체 중 꼴찌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었다.

치료제 ‘아두카누맙’ 임상 1상 성공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신약 1종의 개발에는 평균 15억달러의 비용과 15년의 연구기간이 소요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은 엄청난 돈을 투자해도 시장에 약을 출시하지도 못한 채 끝 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였다.

업계는 여전히 2001년 아일랜드 제약업체 ‘엘란(신약 개발 실패 이후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의약품 제약업체 페리고(Perrigo)에 인수됐다)’에 닥쳤던 재앙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후로 몇년간, 경쟁사가 개발 중이던 아밀로이드 항체 4종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거나 임상시험 단계에서 중단됐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진심으로 확신했던 바이오젠은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스캔고스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부정적인 데이터를 과도하게 일반화하고 있었다”며“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왜 안 풀리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젠이 개발 중이던 아두카누맙은 몇가지 놀라운 특징을 갖고 있다. 아밀로이드반(amyloid plaque: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의 뇌에 나타나는 특징으로 노인반이라고도 한다.

뇌와 뇌혈관계의 세포 근처 부위에 존재하는데 이것이 뇌에 침착되면 알츠하이머병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에 잘 달라붙었고, 고령의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아밀로이드반이 대폭 감소했다. 바이오젠은 노이리무네에 사용료를 내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개발 및 상용화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아두카누맙 임상시험은 학계를 흥분시켰다. 이 시험은 증상이 약한 환자나 아직 조짐만 보이는 단계, 일명 전구기(前驅期)의 환자들에게 조기치료가 유효함을 입증했다. 약효를 수치화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었는데도,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기억력 및 지적 능력의 감퇴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의 투약 치료를 받은 참가자들은 위약이 투약된 대조군과 비교해 인지검사 점수가 현저히 높았다.

바이오젠 대박 가능성 높아
만약 바이오젠의 실험 결과가 사실로 증명된다면, 흔치 않은 ‘대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예방약 못지않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최종적으로 밝혀진다면, 사람들은 심장질환 예방을 위해 스태틴을 찾듯 신약을 복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시장의 수익성은 놀라울 정도로 높을 것이다. 미 국립노화연구소(NIA)는 해당 이론의 검증을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사전연구의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작년 12월, 바이오젠은 아두의 임상시험 단계를 1상에서 3상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3상은 실험에 참가하는 환자 수가 더 많고 비용도 크다. 하지만 또 한번 좋은 결과가 나오고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전문가들은 아두의 실제 시장 출시는 2018년에야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 병이 미국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질병이라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지난해 알츠하이머 환자 치료비는 총 2140억달러였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은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id)에서 부담했다.

미국 알츠하이머 협회(Alzheimer’s Associa tion)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연간 치료비용이 1조1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러 제약회사는 알츠하이머 정복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성공할 경우 지금까지 잠겨 있었던 거대한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라 보고 있다. 

 - 글 : 하제헌 <FORTUNE> 한국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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