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올해 10월부터 아베 정부가 집권 3기에 들어선다. 최근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부터 추진해 왔던 아베노믹스를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이제는 많이 알려진 아베노믹스를 현재 우리 경제팀의 경제정책인 ‘초이노믹스’와 비교해 보면 그 실체와 성공 가능성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아베노믹스와 초이노믹스는 우선 경기 진단과 정책 성격부터 다르다. 초이노믹스는 우리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정책처방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반해 아베노믹스는 이미 ‘잃어버린 20년’에 빠져있는 일본 경제를 구출해 내기 위한 사후적이고 최후 보루의 정책처방이다.

정책여건과 동원된 정책수단도 차이가 난다. 초이노믹스는 국민소득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4%(IMF 기준, 현재는 37%)에 불과할 정도로 재정이 건전했다. 정책금리도 2.5%(현재 1.5%)로 얼마든지 내릴 여지가 있었다. 유동성 조절정책은 최소한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지지 않았다.

엔저는‘근린궁핍화’정책

아베노믹스는 비정상 대책의 표본이다. 국민소득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세계 최고수준인 250%를 넘어 더 이상 재정정책을 동원할 수 없었다. 정책금리도 제로(0) 수준이다. 유동성 조절정책은 함정에서 빠진지 오래됐다.

모든 것이 막혀 있을 때 동원하는 정책수단이 발권력에 의존하는 ‘충격 요법’이다. 아베노믹스는 발권력으로 엔저를 유도해 인접국의 경쟁력을 빼앗는 ‘근린궁핍화 정책’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대에는 결함이 있는 정책이다.

경기부양 중점대상도 다르다. 초이노믹스는 경기대책 역사상 처음으로 기업의 투자가 아니라 가계의 소비를 늘려주는 방향으로 우선순위가 변경됐다. 단순히 소득이 아니라 당장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데 초점을 뒀다. 아베노믹스는 소비에 중점을 뒀던 종전의 경기대책이 먹히지 않자 수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되돌아왔다.

효과 면에서 이 점은 큰 차이가 난다. 총수요 항목별 소득기여도를 보면 우리는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달한다. 일본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10%를 조금 넘는다. 같은 경기부양의 화살을 쏘면 한국은 7점까지 맞춰도 되나, 일본은 반드시 10점 만점을 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환변동성 커질듯…리스크 관리를

국제사회에서 평가가 크게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초이노믹스는 과도기에 있는 한국 경제가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베노믹스는 ‘잃어버린 30년’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반면 일본은 강등시켰다.

더 주목되는 것은 아베노믹스 출범 이후 엔저를 묵인해 왔던 주변국과 일본 국민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올해 들어서 달러 강세에 대해 부담을 느끼면서 종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최대 현안인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엔화 강세 압력 등을 통해 추가적인 달러 강세 요인을 완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베노믹스가 당초 의도했던 경기회복과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는 ‘역바세나르 협약’이다. 역바세나르 협정이란 일본 수출기업이 엔저로 얻은 반사적인 특별이익을 임금인상, 배당증대 등을 통해 근로자에게 환원시키는 것을 말한다.

역바세나르 협약은 노사정 간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아베 정부에 수출기업이 맞서고 있어 앞날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런 만큼 지난 2년 반 이상 동안 엔저에 시달렸던 국내 기업들은 추가 엔저보다 원·엔 환율이 상하로 크게 움직이는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어느 때보다 환위험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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