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신용대출 근본해법]‘담보관행’ 이젠 벗어날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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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신용대출 근본해법]‘담보관행’ 이젠 벗어날때 됐다
  • 양옥석
  • 호수 0
  • 승인 2003.11.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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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다대동 무지개공단내 선보공업(주)의 최금식 사장도 비슷한 경우다. 선보공업은 현재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대형조선소에 조선기자재를 납품하며 연간 매출액 350억원 정도를 올리는 알짜회사다.
그러나 최 사장은 사업초기 어려웠을 때 은행으로부터 큰 배신을 당했다. 87년 당시 선보의 운전기사가 어린아이를 치어 숨지게 해 최사장은 최대의 위기를 맞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겨우 아이의 부모와 합의를 하고 합의금을 마련했을 때 그의 목을 다시 죄 왔던 것은 바로 은행이었다고 한다. 회사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안 은행측이 대출자금 상환을 요구했던 것이다.
비록 우여곡절 끝에 최사장은 일을 해결했지만 그 이후 어떤 은행과도 거래를 하지않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인들은 “은행은 정작 필요하고 어려울땐 기업을 외면하고, 돈이 있을때는 만면에 미소를 짓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업력·기술력 평가해 달라
■신용대출 시스템 구축 절실= 중소기업들이 은행에 대해 지적하는 문제의 핵심은 바로 ‘담보대출 관행’이다.
이젠 담보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기업들이 쌓은 신용과 업력,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의미다.
경기도 양주에서 식품제조업을 운영하는 ㅈ사장은 “20년 넘게 사업을 해오면서의 수많은 위기를 맞았지만 한번도 은행에 연체해 본 일이 없지만 은행에서 대우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은행의 담보위주 관행을 지적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과연 담보위주 대출일까? 코엑스 초대 사업이사를 하다 지난 79년 미국으로 건너가 의류업을 하고 있는 최인규씨(72)는 이에 대해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미국은 철저한 신용사회로 신용만 있으면 자기돈 없이도 사업을 해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신용이 우수한 경우 미국 중소기업청(Small Business Admini stration)에서 담보없이 200만 달러까지 2∼5% 정도의 저금리로 빌려준다”고 귀뜸했다.
■은행도 할말 있다= 그러나 은행관계자들은 “미국과 한국은 엄연히 사회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미국사회는 신용사회로 개인 및 기업에 대한 신용조사기관인 흥신소(興信所)가 발달돼 있고 조세포탈범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 회계 투명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용을 어기면 사회에서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신용대출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한국,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순수 신용대출을 하기에는 너무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미은행 여신관리부 한 관계자는 “은행의 전체수익률(NIM: Net Interest margin)이 1%도 안되는 현실에서 은행이 100명의 고객을 창출, 이익을 냈더라도 그 이후 1명만 사고가 터지면 그때까지의 모든 수익은 제로로 변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은행이 쉽게 신용대출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해결책은 없나= 금융기관들은 우선 “중소기업들이 회계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계투명성이 높아져야 기술과 미래성장성 등에 대한 계량화가 가능하고 그 결과 기업의 위험성이 예측가능해져 ‘시스템을 통한 신용대출’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의 회계투명성 실현은 왜 안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부분의 중소기업자들은 한마디로 ‘높은 세금부담’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낼 것 다내고 어떻게 사업하느냐”는 것이다.

낼 것 다내고는 사업못한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세금을 과감히 낮추는 개혁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사실 세금을 낮추면 기업들의 조세저항이 줄어들어 그만큼 세원이 확대되고 오히려 정부의 전체 세수입은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가 잘알고 있는 경제학 이론(레이거노믹스)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말 세원이 포착되느냐’는 것인데 ‘만에 하나의 위험성’ 때문에 실행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보다 철저한 준비와 보완을 한다면 충분히 그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미국과 같은 조세포탈범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병행한다면 성공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세금은 무덤에 들어가서도 내야 한다’는 의식을 모든 사람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정책자금부터 신용대출로
또한 세금인하와 더불어 중소기업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신용조사 전문기관’의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중소기업연구원 심우일 박사는 “중소기업의 신용조사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공공정보 등의 신용정보를 축적·관리할 수 있는 신용조사전문기관이 설립된다면 금융기관들의 신용대출이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어디까지나 중·장기적 방안으로 지금부터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들이다.
지금 당장은 오랜 돈가뭄에 죽어가는 중소기업들에 ‘해갈’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우선 정책자금중 상당부분을 과감히 신용대출방식으로 바꿔 금융기관에 모범을 보이고 신용보증 공급규모를 대폭 늘려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중소기업중 상당수 업체가 내년을 기약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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