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중소기업 현주소

▲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위원회 중소기업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이 답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기술탈취 등을 이유로 제기한 가처분 및 본안 특허침해소송에서 89% 패소했습니다. 이 가운데 특허침해 본안소송에서는 대기업을 상대로 100% 패소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 15일 열린 특허청 국정감사에서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지적한 말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어느 국감 때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관련 여러 현안 문제가 거론됐다. 그 가운데 특허 관련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이 기술유출 등의 이유로 대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20건의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전패했다.

이날 이현재 의원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한 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전패한 것에 대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본안소송 승소율은 전체 평균 승소율을 웃돌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사례는 아예 없다”며 “이는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하지만 중소기업은 전문성과 자금력이 열악해 대기업을 상대하기가 버겁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중소기업의 특허분쟁 보호가 절실하다고 제기했다. 조 의원은 “특허무효심판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특허무효심판 인용률은 53.2%로 일본의 두배가 넘는다”고 밝혔다.

재정과 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특허분쟁과 관련해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현실에 있다. 또한 특허청의 중소기업 특허분쟁 지원은 그 규모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특허관련 민사소송 건수는 1150% 증가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中企 40% 특허분쟁 무방비
특허와 관련한 더 큰 문제는 특허전문기업이 제기한 특허 소송의 84%가 소프트웨어 특허로 특허 분쟁 대비가 어려운 중소기업의 피해가 앞으로 더욱 확산될 조짐이라는 점이다.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해 최근 소프트웨어 특허 관련 소송은 283건으로, 올해 7월까지 53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은 소프트웨어 특허 관련 소송이 매년 증가하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약 40%가 이 같은 특허 분쟁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는 지난 8월 기술개발(특허보유)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특허경영 애로 조사’ 결과에서 중소기업의 50.8%가 특허분쟁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미 분쟁을 경험한 기업도 3.4%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40.6%는 특허분쟁 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中企 특허인력 보유 12.5% 불과
전 의원은 “특허전문기업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제소한 특허 침해 사건이 845건에 달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소기업 등이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제 특허분쟁 대응능력 제고를 위한 특허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0년부터 2015년 7월까지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특허소송 현황을 보면 총 1497건인데 이 중 외국기업이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 건수는 1351건으로, 국내기업이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 건수 146건의 9.25배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지식재산 관련 업무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전담인력을 1명이라도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은 26.3%, 중소기업 12.5%에 불과했다.

주 의원은 “향후 기술경쟁이 격화되고 FTA가 확대되면서 국제 특허분쟁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제 특허분쟁 대응능력 제고를 위해서는 특허청이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기업 불공정 70%가 하도급
이밖에도 이번 국감에서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가운데 하도급 문제에 대한 강한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 17일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은 “올 3월부터 7월 현재까지 공정위 익명제보센터의 대기업 불공정거래행위 피해제보 건수는 모두 174건이며 하도급이 126건, 유통이 48건 등”이라며 “이 중 3건만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관련 중소기업의 제보 활성화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고 시정하기 위해선 익명제보센터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제보센터에 제보를 할 정도로 중소기업의 다급한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처리 속도는 느린 편이기에 좀 더 효율적이며 신속하게 제보된 불공정행위 피해에 대해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정위의 행정처분이 유명무실하다는 부분에 대해 또 다른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도급 업체들이 하도급법 위반을 하지 않도록 행정처분에 따라 벌점 제도를 통해 입찰참가제한이나 영업정지 등 벌칙을 정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이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하면 도급 업체를 공정위에 제소를 하고 공정위는 조사 결과에 따라 경고, 시정권고, 시정명령, 과징금, 고발 등의 행정처분을 한다.

이에 공정위는 행정처분에 따라 위반 업체에 벌점을 부과하며 벌점 누계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제한이나 영업정지의 제재를 가하게 된다.

벌점의 경우 경고는 최대 0.5점, 시정권고는 1.0점, 시정명령은 2.0점, 과징금은 2.5점, 고발은 3.0점을 부과하고 있다. 3년간 벌점 누계가 5점이 넘는 업체는 입찰참가자격제한을, 10점이 넘는 업체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를 명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하도급 위반을 한 102개 업체에 고발조치 및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고, 183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하는 등 1408개 업체에 행정처분을 했다. 반면 벌점 누계로 관련기관에 입찰참가자격제한을 요청하거나 영업정지를 명한 사례가 한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공정위의 허술한 벌점 제도에 있다. 공정위가 하도급법 위반으로 영업정지를 명하려면 고발을 3년 안에 4번을 하거나, 과징금 부과를 5번 이상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도급법 위반 1건을 처리하는 데 평균 1년이 소요되는 점을 볼 때 벌점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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