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에 빠진 배경에는 전·월세 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과 가계대출 이자상환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비 부진 배경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소득증가율과 소비증가율이 모두 하락했지만 더욱 가파르게 하락한 것은 소비증가율이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위기 전(2000~2007년) 4.5%에서 위기 후(2011~2014년) 3.0%로 1.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가계소비 증가율은 4.6%에서 1.7%로 2.9%포인트나 감소했다. 소득이 증가했어도 소비는 그만큼 늘지 못한 것.

전-월세 간 주거비 격차 확대
이홍직 한국은행 차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득과 가계소비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이전과 뚜렷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며 “위기 이전에는 소득과 소비 증가율이 비슷했지만 그 후로는 소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크게 하회했다”고 소개했다.

이 차장은 최근 몇년간의 소비 부진이 단순히 소득 둔화에 따른 것만이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채무상환 부담 가중, 전세가격 급등과 월세로의 전환 현상에 따른 가계의 소비여력 축소를 꼽았다.

실제로 2000~2007년 평균 3.3배에 그치던 가계소득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2014년 4.5배로 치솟았다. 수도권 임대차거래중 월세비중도 2011년 30.1%에서 올 1~7월중 41.5%까지 급등했다.

이처럼 소득 증가를 초과하는 큰 폭의 전세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월세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는 전·월세 간 비용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세들어 사는 가구에는 상대적 월세가격 상승이 소득감소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한은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월세 간 주거비 격차는 2011년 ㎡당 4만2000원 월세 우위에서 올해에는 8만2000원으로 월세 우위폭이 2배가량 늘었다.

이 차장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득 증가를 초과하는 큰 폭의 전세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대출에 의존하거나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전세가구의 비자발적 월세 전환은 전·월세 간 비용격차를 고려할 때 임차가구에는 소득감소로 인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기 이후 채무상환 부담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소비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며 “이는 가계부채가 소득을 상회하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후불안에 지갑 못열어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50∼60대의 저축성향이 높아진 점, 저출산 경향으로 전체 가계의 교육비 지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점도 소비성향 자체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이 차장은 분석했다.

이밖에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 및 취약계층의 소득 악화, 가계의 부정적인 경기 인식 확산도 가계가 씀씀이를 늘리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장은 “실증분석에서도 주거비 상승, 인구구조 변화, 경기인식 등이 모두 소비 부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며 “채무상환 부담 측면에서도 최근 차입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30∼40대의 경우 금리상승 시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분석했다.

이 차장은 “가계의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용 및 임금 증대를 통한 가계부문의 소득 기반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높은 채무상환 부담을 고려해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관리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선택적인 지원을 강화해 소비 여력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노후불안과 경기 불확실성 같은 소비심리 위축 요인을 해소하는 데도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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