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신고에 필요한 세무조정 계산서를 납세자 본인이 작성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시행규칙에 대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달 20일 A법무법인이 대구지방국세청을 상대로 낸 ‘조정반 지정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은 시행령 등을 통해 세무사 등록이 된 변호사들이 소속된 법무법인처럼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납세자라고 해도 외부의 세무전문가에게 작성을 의뢰하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강제하면 납세의무자는 외부전문가에게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수임료 부담을 안게 돼 국민의 재산권 제한 정도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또 “외부세무조정제도는 반드시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전문가의 범위를 정하게 되는데, 이에 관해 전문직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모법조항에서는 단지 세무조정계산서를 첨부해야 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인데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외부세무조정 제도를 강제하는 것은 법이 정한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중소기업 등 납세의무자는 세무조정계산서를 자신이 직접 작성해도 되지만 변호사나 로펌에 맡기는 것도 허용된다.

김선일 대법원 공고관(부장판사)는 “이번 판결로 향후 국회에서 외부세무조정 강제제도의 도입 여부, 변호사와 세무사 등 각 전문직역의 이해관계 충돌 문제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이후 지난달 28일 ‘법인세법·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공고를 내고 외부세무조정제도의 법적근거를 법률에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는 최근 성명서를 발표하고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외부세무조정 법률 신설을 철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기술지도사회는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외부세무조정제도를 다시 신설하게 되면 세무조정계산서를 직접 작성할 수 있는 중소기업도 의무적으로 세무사 등을 통해서만 작성할 수 있어 납세협력비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추진 중인 정부입법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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