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직(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지난 8월25일의 남북고위급접촉 합의로 남북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다.

남북한은 상호 양보와 타협의 실용적 접근과 인내심으로 새로운 화해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 남측은 북측에게 ‘유감’이란 표현을 명기한 최초의 합의문을 얻어냄으로써 대북원칙론의 유효함을 입증해보였다. 북한도 확성기 방송 중단의 성과와 함께 국제사회로부터는 김정은 제1비서도 협상과 타협이 가능한 인물로 평가받게 됐다.

더욱이 이번 합의는 남북한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적, 능동적 자세로 임했고 대화 의지만 있으면 밤샘을 해서라도 반드시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을 줬다. 특히 6개의 공동보도문 중에서 제1항의 당국간 회담 개최와 제5항의 이산가족 상봉, 제6항의 다양한 민간 교류 활성화 합의 도출은 향후의 교류협력 확대와 남북관계 발전을 예고했다. 후속 회담에서는 10월 20~26일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한다는 첫 성과물도 만들어냈다.

미사일 발사 등 난제 산적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8·25 합의의 이행 여부와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한은 합의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설전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협상은 끝난 게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속도조절론의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 역시 ‘유감’ 표명을 ‘사과’로 해석하는 것은 남한의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방중 기간에 제시한 통일외교론과 중국의 역할 강조에 대해 노골적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로 남북 간에는 몇가지 우려와 해결해야 할 현안이 존재한다.
당장은 남측 NGO의 대북 전단 살포와 북한의 노동당 창건기념일(10월 10일)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우려이다.

이외에도 북측이 요구하는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비롯,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와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남북간 분단 철도 연결과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그리고 북핵 문제 진전 등이다.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어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남북한이 상호 기싸움에서의 승리와 당장의 가시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평화적 통일기반 조성과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작은 성과를 통한 작은 통로라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남북 간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고 필요성을 공감하는 비정치·군사 부문의 교류협력 확대가 해법이 아닌가 싶다.

선제적 ·전향적 교류제안 필요

그리고 최근의 북한경제는 인도적 지원만으로도 북한을 유인할 수 있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 시절의 북한경제와는 사뭇 다르다. 북한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자신들을 경협 파트너로 인정해주고 경제개발사업에 참여해주길 원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우리 정부의 선제적이고 전향적인 교류협력 제안과 유연성이 요구된다. 특히 고령 이산가족들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대규모 상봉과 정례화를 금강산관광 재개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금강산관광 재개는 우리 정부가 추진코자 하는 경원선 연결과 DMZ 생태평화공원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최근 북한이 외자유치를 위해 추진 중인 경제개발구와도 연계해 새로운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의 확대는 물론,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본격 가동을 위한 나선특구의 제2 개성공단 건설 등도 우선 고려할 만하다.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이해 어렵게 마련한 대화 국면이 실질적인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남북한 모두 소모적인 기싸움과 설전을 자제하고 작은 신뢰를 만들어가야 한다. 아무쪼록 올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의 풍악산(가을의 금강산 이름)을 구경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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