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의 보석 '작가의 산책길'

때묻지 않은 자연, 그리고 문화·예술 …서귀포는 그리움이다

제주는 하나의 로망이다. 제주는 누군가에게 ‘그리움’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열망’이다. 그래서 제주 서귀포시로 떠나는 길은 마음에 한 조각 기대감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름만으로 설렘을 주는 ‘서귀포시권 문화관광로드 체험 투어’를 지난달 다녀왔다. 이번 팸투어는 서귀포관광극장과 이중섭미술관 일원을 비롯한 ‘작가의 산책길’을 따라가며, 서귀포의 숨겨진 보석을 찾아 가는 여정이었다.

제주에 도착해 처음 방문한 곳은 서귀포 관광극장. 역사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멋과 매력이 살아있는 이 극장은 1963년에 지어진 서귀포시 최초의 극장이다. 2000년까지 운영되다 오랫동안 문을 닫았던 극장은 2013년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공간이 주는 독특한 풍경과 옛스런 멋이 살아있어 지역 주민뿐 아니라, 예술가, 관광객들에게 문화의 향연과 소통 공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바로 옆에는 ‘이중섭 미술관’이 소담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작은 길목에는 이중섭이 살았던 초가집이 있다. 

서귀포의 보석 ‘작가의 산책길’
제주 서귀포에 와서 가장 기대되는 것 중의 하나가 ‘작가의 산책길’이다. 문화의 변방인 제주, 그중에서도 서귀포 지역에 조성된 작가의 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이 일었다.

서귀포시 작가의 산책길은 제주의 색과 서귀포의 삶을 그린 대표적인 작가들과 그들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서귀포시가 2011년에 조성한 산책길이다. 서귀포 피난시절 가족과 함께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대향 이중섭을 비롯해 제주의 바람과 대지를 화폭에 담은 우당 변시지, 현대 서예가로 인정받는 소암 현중화 선생을 기억하고 그들의 발자취를 연결하는 산책길이다.

코스는 이중섭미술관-이중섭거주지-서귀포매일올레시장- 서귀포문화예술시장 -기당미술관-칠십리시공원-자구리해안-소낭머리-서복전시관-소정방-정모시공원- 소암기념관까지 9개의 공원 및 전시관 등 4.9km를 약 3시간30분에 걸쳐 돌아보는 길이다.

자구리 해안은 이중섭이 가족을 사랑하던 인간적인 모습이 추억으로 담긴 공간으로, 자구리해안 문화공원에는 ‘게와 아이들-그리다’ ‘실크로드-바람길’ 등 작가의 대표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서귀포항과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제주의 한적한 풍경과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샤워해주는 기분이다.

문화예술의 향연 ‘서귀포칠십리시공원’
서귀포에서의 둘째날 ‘작가의 산책길’을 이어서 걸었다. 아침에 들른 곳은 ‘서복전시관’. 제주도 서귀포에는 서불(徐市), 곧 서복이 삼신산의 하나인 영주산(한라산)을 찾아 정방폭포 해안에 닻을 내리고 영주산에 올라 불로초를 구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서복은 정방폭포의 암벽에 서불과지(徐市過之:서불이 이곳을 지나가다)라는 글귀를 새겨 놓고 서쪽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서귀포(西歸浦)라는 명칭이 여기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정방폭포와 가까운 이곳은 이국적인 풍경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초록빛 정원과 해안을 끼고 도는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 치유(힐링)가 절로 되는 느낌이다.

이어서 방문한 소암기념관은 서예의 멋과 매력을 한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서귀포에서 출생해 서예와 서화로 업적을 남긴 소암 현중화 선생을 기린 기념관이다. 기당미술관은 재일교포 사업가 기당 강구범 선생의 기증으로 1987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시립미술관이다. 특히 변시지 특별 전시관에서는, 폭풍의 화가로 불렸던 화가 변시지의 고독과 연민이 가득 담긴 회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제주의 별미로 알려진 갈치조림으로 점심을 먹은 후, 마지막 일정인 ‘서귀포칠십리시공원’을 찾았다. 이곳은 서귀포시 삼매봉 입구에서 절벽을 따라 조성된 시(詩) 공원으로, 넓게 펼쳐진 잔디 공원 곳곳에 서귀포 관련 시비와 노래비가 늘어서 있으며, 독특하고 멋스런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천지연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은 눈과 가슴을 동시에 호사시킨다. 때 묻지 않은 서귀포의 자연과 문화 예술의 향연을 즐길 수 있어, 서귀포에 오면 꼭 빼놓지 말고 오자.

여름의 막바지에서 떠난 제주 서귀포. 갈수록 공허해지는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심신이 시들어 있던 때, 서귀포에서 보낸 날들은 다시 피어나는 꽃처럼 새로운 열망과 위로를 안겨준 보석 같은 시간이었다.

 - 글 : 허주희 여행작가(cutyheo@daum.net)
- 사진 : 전대웅 폴링인포토스튜디오 대표(todd60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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