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테슬라

이동성의 연결(mobility connects). 지난 27일까지 독일에서 열린 ‘제66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최고 키워드였다. 전시장에는 ‘새로운 이동성의 세계(New Mobility World)’라는 타이틀의 특별관을 구성할 정도로 힘을 실었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완성업체들도 저마다 첨단 모빌리티를 견인하려는 야심작을 선보이기에 바빴다. 바로 ‘인터넷’과 연결되는 ‘전기차’가 그 주인공이다.

그동안 각종 모터쇼에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소형 전기차를 선보이는 데에 그쳤다. 이번에는 좀 더 빠르고, 더 멀리 달리고, 심지어 컴퓨터와 연결되는 최신형이 대거 등장했다. 이번 모터쇼를 통해 스포츠카의 명가인 포르셰마저 첫번째 전기차 ‘미션E(600마력, 최대 시속250㎞)’의 정체를 공개했다. 이제 빠르게만 달리는 게 자동차 산업의 명제가 아니다. 완성차 업체의 진짜 미션은 전기차에 달렸다.

여기에 갈수록 전기차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미국 시장분석 전문기업인 IHS는 세계 전기차 생산량이 지난해 25만대에서 2017년 49만대, 2027년에는 18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확실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도 전기차 시장을 더 짜릿하게 만드는 시동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애플의 팀 쿡이 추진하는 애플의 자동차 신사업에 대해 시장의 추측이 난무한다. 아이폰으로 세상의 풍속도를 바꾼 애플이라면, 자동차 시장의 판세도 충분히 뒤집을 거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애플은 애플 디바이스와 자동차를 연결하는 ‘카플레이’를 출시했다. 자동차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직접 자동차를 만들고 있지는 않지만, 애플도 엄연히 자동차 산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셈이다.
 
커지는 시장…테슬라에겐 기회
단연 전기차 열풍의 근원지는 미국 테슬라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혁신을 이끄는 선두기업이다. 사실 생산량으로 따지면 전기차 시장의 1위는 닛산이다. 최근까지 누적 판매량 18만대를 돌파했다. 테슬라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2위 테슬라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누가 뭐라 해도 혁신성 때문이다.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이동성을 갖춘 컴퓨터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최근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 기업 1위에 올랐다. 혁신은 자동차 산업 보다 IT시장에 어울리는 용어일지 모른다. 그간 자동차 시장에서 혁신적인 차량의 기준은 연비와 속도와 디자인에 달려 있었다. 테슬라는 IT기업의 감성을 품은 자동차 회사다.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이 여기서 나온다.

특히 내년 초에 출시 예정인 테슬라의 소형세단 모델3는 ‘혁명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판매가격은 3만5000달러. 한번 충전만으로 300㎞ 주행이 가능하다. 우리 돈으로 약 4000만원으로 테슬라의 전기차 세단을 몰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혁명이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고속질주를 하는 중이다. 올해 2분기 테슬라의 간판 모델인 S의 판매는 날개 돋친 듯 치솟았다. 모델S는 일반적인 가솔린 차량을 따져 중형급에 속한다. 2분기에만 1만1500여대가 팔렸는데 이는 동기대비 52%나 늘어난 실적이다. 머스크는 조만간 SUV 모델X를 내놓는다. 테슬라의 전기차 라인업이 세단부터 SUV까지 다양해지면서 올해 5만5000대 이상의 판매도 장담하고 있다.

IT기업 러쉬…또 다른 위기
반면 전기차 시장의 판이 커지면서 테슬라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기업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테슬라에게 가장 위협을 끼치는 존재는 애플이다. 애플은 전기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인 타이탄을 추진하면서 테슬라의 고급 기술진을 암암리에 스카우트했다. 미국 CNBC도 “애플 대 테슬라의 대결구도”라며 두 회사의 팽팽한 신경전을 보도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질주를 위협하는 또 다른 위기는 중국의 IT기업들이다. 전기차 스타트업인 넥스트EV는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투자은행으로부터 5억달러를 투자 받았다. 넥스트EV는 내년에 전기 슈퍼카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테슬라의 슈퍼카인 루디크로스 모드(제로백 약 2.8초)를 겨냥한 전략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인터넷 검색회사인 바이두도 전기차 사업에 각각 뛰어들고 있다. 알리바바는 상하이 자동차와 손잡고 우리 돈 약 1850억원을 투입했다. 내년에 신형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움직임이다.

이렇듯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전기차 시장의 파이가 급속도로 확대되는 판세는 테슬라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겨준다. 현재 테슬라의 주가는 기술력의 혁신성 만큼 뛰어나지 못하다. 테슬라 시가 총액은 310억달러 수준이다. 세계 자동차 순위 8, 9위쯤에 있는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을 조금 넘는다. 앞으로 테슬라에게 남은 숙제는 혁신성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리는 부분일 것이다.

- 글 : 하제헌 <FORTUNE> 한국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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