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대응방안 등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7%를 차지하는 거대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지난 5일(현지시간) 마침내 타결됐다. 이날 미국, 일본 등 12개국 무역·통상 장관들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통상장관 회담에서 31개 분야를 망라하는 쟁점들에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현재 TPP에 참여하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일본 등 모두 12개국이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37.1%에 달해 EU(24.4%)나 아시아 16개국이 포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28.8%)의 크기를 능가한다.

또한 TPP 참여국은 세계 교역의 25.7%, 인구의 11.4%를 차지한다. TPP는 양자간 FTA 체결에 대한 부담이 큰 미국과 일본이 다자간 FTA를 통해 시장개방을 추진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다만 한국은 그동안 FTA,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집중해 오면서 TPP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의 중소기업이 향후 TPP 영향력에 따른 수출 전략을 어떻게 모색해야 할지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의 TPP 가입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와 추진력이 필요한 시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최경환 부총리 “TPP 참여 검토”
TPP의 첫 출발은 무역 장벽 철폐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 협정으로 지난 2005년 출범했다. 당시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등 4개국 사이에서 환태평양 경제 동반 협력 체제(TPSEP)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2008년 9월 미국의 참여 협상이 시작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경제협력체로 발전하게 됐다. 이때 명칭을 지금의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으로 바꾸게 된 것. 현재 미국 캐나다 등 미주 5개 나라와 일본, 호주, 베트남 등 아시아 7개 나라를 합한 총 12개 국가가 됐다.

이들 협약 국가 간에는 자동차에서부터 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제품들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는 등 무역 장벽을 허물 수 있으며, 신약 특허 등 지적재산권, 노동 및 환경 보호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관련 규정이 제정될 예정이다.

이러한 TPP의 중요성을 인식한 한국 정부도 긍정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이번 TPP 타결 소식에 대한 입장 발표로 “아태 지역 최대의 경제 통합체이자 높은 수준의 새로운 글로벌 통상규범이 될 TPP의 실질적 타결을 환영한다”며 “TPP가 향후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를 통한 지역경제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부는 “선진 통상국가를 지향해 온 한국은 이미 한·중·일 FTA, RCEP 등 지역경제통합 논의에 적극 참여중이며, TPP도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참여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산업부는 향후 TPP 협정문이 공개되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공청회, 국회보고 등 통상절차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 정부 입장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한국경제의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지난 6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종합국감에서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최 부총리는 TPP 조기 가입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난 2008년 미국의 TPP 참여 선언 무렵 이미 한·미 FTA가 타결됐고,중국과도 FTA가 협상 중이어서 FTA에 집중하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며 향후 TPP 참여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참여 의사를 강조했다.

TPP 타결에 따른 中企수출 영향은
TPP 협상 타결이 우리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는 최근 TPP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과 긴급 인터뷰를 하고, 업종별 영향과 대응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가장 우려되는 자동차부품의 경우, TPP 발효에 따른 관세철폐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개선돼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서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TPP 역내 국가인 미국이나 멕시코 등에 공장을 둔 기업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우리 기업의 현지화 전략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트로이트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 회사인 A사의 경우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심각한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도 닛산, 마즈다 등 일본 등에서 직수입하는 메이커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우리 자동차의 수출에 다소간의 영향을 줄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전망했다.

또한 섬유·의류 업종에서도 TPP 타결이 우리 기업이 현지화 전략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세혜택을 누릴 수 있는 베트남을 활용하려는 우리 기업들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는 이미 원사 공장을 베트남에 짓기로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TPP 타결을 고가의 기능성 제품 개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LA에서 활동 중인 섬유업계 관계자는 주장했다.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화학 업종에서도 현지화 확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자 업종의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산 TV, 냉장고 등에 약간의 가격효과가 예상되지만 휴대폰 등 IT 주력 품목의 경우는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현재도 관세가 없기 때문에 TPP의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전자 분야 우리 기업들은 TPP 협상 타결이 전자 업종에 미칠 영향이 미미한 관계로 회사 차원의 대비책도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TPP 보다도 엔화 및 위안화 대비 원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고기능 제품 마케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강 업종도 미국 시장에서 일본제품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지 않은 데다가 일본제품의 가격대가 높아 관세인하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 진출 C사의 관계자는 “스틸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건설 기자재 등 주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업종들은 중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영향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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