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공이야기] (주)헬스웨이브

▲ 정희두 대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가본 사람이라면 30분 이상 기다려 힘들게 의사를 만나 2~3분 짧은 상담을 받고 나온 경험이 왕왕 있다. 대형병원 의사들이 30분 당 10명의 환자가 예약돼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하다.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 환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다. 의사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환자에게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일도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2009년 창립된 ‘헬스웨이브’는 이런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해주는 ‘하이차트’ 서비스를 개발한 헬스케어 분야의 유망기업이다. 하이차트는 어려운 의료 정보를 환자들이 알기 쉽게 애니메이션으로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설명처방’ 프로그램이다. 의사가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을 전송해주면, 환자와 보호자는 이를 편리하게 확인하고 주변 사람과도 공유할 수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울산대병원, 강남차병원 등 대형 병원과 유명 전문병원 17곳이 병상 수에 따라 최고 500만원까지의 사용료를 지불하며 하이차트 프로그램을 환자진료 및 상담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최고의 의료기관인 존스홉킨스 병원 의료진들과도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등의 분야에서 환자교육 애니메이션을 제작중이며, 일본,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 등의 의료진들도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의사 애니메이터가 만든 기업
헬스웨이브를 세운 정희두 대표는 서울대학병원 외과 전공의 출신이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창업이라는 모험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의사로서의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꼬박 10년 동안 의사를 하면서, 전 세계 모든 의사가 똑같은 질병과 수술에 대한 설명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이고 복잡한 의료 정보를 좀 더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매체의 필요성을 절감했죠.”

정 대표는 공중보건의사 시절,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해주면 환자와 보호자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됐다.

환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의학용어 대신, 애니메이션으로 설명을 처방하면 좋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조류독감이 전국을 강타한 2003년, 충북 음성의 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있을 때 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조류독감 대처법을 알리는 만화를 제작하는 일을 했던 경험도 그가 창업을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12억원의 투자 유치
헬스웨이브 창업 후, 정 대표는 직접 애니메이션 제작팀을 운영하고 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했다. 의학, 애니메이션, IT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다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사업은 현실이었고,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정했다. 전문의가 참여한 고품질 애니메이션이었음에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애니메이션 사용료 정도는 내겠다는 의지와 예산을 가진 병원도 당시에는 없었다.

파산을 일주일 앞둔 2010년, 기적이 일어났다. 유전체 분석업체 ‘마크로젠’의 서정선 회장이 선뜻 7억원을 투자해온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드디어 하이차트의 진가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 서비스가 의료 IT 분야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해 정부의 모태 펀드가 출자해 조성된 자금을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인 ‘케이큐브벤처스’는 지난해 2월 헬스웨이브에 5억원을 투자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을 목표로
미국에서 투자 1순위는 헬스케어 벤처기업이다. 반면 국내의 헬스케어 시장은 아직 작다. 그래서 헬스웨이브는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또 9월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비글로벌 2014 (beGLOBAL 2014)’ Top 10 기업으로 선정돼 ‘스타트업 배틀’에 참가했다.

시스템 및 콘텐츠의 고도화에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전 세계 의사와 환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SMS 어플리케이션 ‘헬스브리즈’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앱은 헬스웨이브의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을 한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