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좋은 일자리를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들에 적대적이었다.”

지난 5월 영국 총선에서 참패한 노동당 당수이자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의 총선 참패 원인분석이었다. 영국 국민은 모든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정책을 내세운 보수당을 선택했다.

집권한 캐머런 총리는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복지축소에 나서며 ‘불법 파업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이미 알고 있듯이 독일의 슈뢰더 노동개혁은 독일에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쪽으로 작용, 경제 회복의 원동력이 됐다. ‘유럽의 환자’로 불리던 스페인도 노동개혁으로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시급한 게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은 노동개혁이다. 지난 9월 진통을 거듭한 끝에 잠정합의한 노사정 합의도 앞길이 불투명하다. 노동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끌어내기까지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해당사자인 노동계와 경영계가 만족할만한 합의를 도출한다는 것 자체는 사실상 무리한 목표였다. 지금 여야 정치권은 역사교과서 전쟁에 빠져 노동개혁 문제는 관심 밖이다.

꺼져있는 성장엔진 되살려라

‘한국, 이대로 가면 미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고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다. 왜 그런가. 상황을 바꿀 정책도, 그런 의지도 보이지 않은데다 정치가 실망스런 작태만 연출하고 있어서다. 대책 없는 비관은 비참한 결과만 가져온다. 

꺼져있는 성장엔진을 되살려야한다. 복지를 확대하고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는 힘은 경제성장에서 나온다. 성장보다 복지를 말하는 게 시대정신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복지는 무엇으로 감당할 것인가를 물어야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은 인류를 빈곤과 질병으로부터 대탈출시킨 것은 경제성장이라면서 성장을 멈추면 더욱 불평등한 사회로 퇴보한다고 했다.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 강성노조의 파업 등 경제성장을 가로 막는 벽을 허물어야한다. 그게 노동자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이다. 역사교과서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경제교과서는 시장과 기업을 적대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들에게 기업을 적대시하도록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떠났거나 철수를 검토하는 외국기업 최고경영자는 전투적 강성 노조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했다. 한국기업도 투자를 망설이고 밖으로 나가려한다.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전자·자동차·조선도 안전하지 않다. 10년 내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멀리 내다보고 시대 앞서가자

우리는 위기 때 단결하는 국민이다. 지금의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데 위기인 줄도 모른다. 심한 가뭄이 오고 나서야 물의 중요성을 깨달으면 늦다.

4대강 사업을 보라. 그동안 4대강을 둘러싼 정치공방만 하다가 가뭄이 심각해지자 4대강 16개 보에 담겨 있는 7억톤의 물을 가뭄 지역으로 보낼 송수관과 중소규모 댐 건설 등 4대강 물을 이용할 방안을 마련한다고 서둔다.

이미 나왔어야 하는 대책이었다. 모든 일이 이런 식이다.
독일 폴크스바겐 사태는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자동차만이 아니라 세상에 완벽한 제품과 서비스는 없다. 기술과 경험부족 등으로 불량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고의로 속이고 감추는 건 범죄다. 우리 기업은 폴크스바겐 사태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기업인들은 ‘남다른 행동과 열정으로 차세대 산업과 먹거리’를 개척해야한다. 대중가요의 제목 그대로 남행열차를 타야한다. 누가 뭐라 해도 한국경제의 미래를 열어갈 주역은 기업과 기업인이다. 멀리 내다보고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이라야 미래를 개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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