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밤 서울 정동에서 가을의 정취에 흠뻑 취해 보자. 오는 29~31일 한국 근대문화유산의 보물창고인 정동길에서 ‘정동야행(貞洞夜行)’ 축제가 펼쳐진다.

가족, 친구, 연인 누구와 즐겨도 좋을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정동야행은 서울 정동 일대에 있는 역사·문화공간을 야간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문화 축제로 지난 5월 말 첫선을 보인데 이어 이번에는 가을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역사·문화시설 개방
정동야행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30~31일은 오후 2시부터) 진행돼 정동 일대 역사·문화시설의 낮과 다른 밤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헤이그 특사를 파견한 덕수궁 중명전, 독립선언문을 비밀리에 등사했던 정동제일교회, 나도향·주시경 선생이 공부했던 신식 교육기관인 배재학당, 구한 말 사용했던 미국공사관을 한옥으로 보존한 미국대사관저(하비브하우스) 등이 대표적 장소다. 서울시립미술관, 정동극장, 조선일보미술관과 최근 국세청 별관을 허문 뒤 재조명받고 있는 성공회 서울대성당도 정동의 문화를 풍성하게 한다.

이번 정동야행에서는 성공회성가수녀원과 경운궁 양이재를 눈여겨볼 만하다. 좀처럼 내부를 공개하지 않는 성공회성가수녀원은 30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아름다운 정원을 개방한다.

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에서는 1900년대 초반 건립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예배당과 비잔틴 양식으로 꾸며진 제단화, 영국식 파이프오르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경운궁 양이재는 1906~1910년에 귀족 자제를 교육한 기관으로, 볼거리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이재 건립 당시 덕수궁의 명칭이 경운궁이었기에 옛 이름 그대로 쓰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도 축제에 동참해 내부 일부를 개방한다. 서울시의회는 1층 본회의장을 개방하고, 서울시민청과 서울도서관은 밤 9시까지 연장 개방한다. 전문해설사가 정동 이야기를 전하는 정동탐방프로그램 ‘다 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는 29~31일 7차례 진행된다. 야간 개방시설 5개 이상의 스탬프를 찍어 가면 아트캘리그라피 기념증서도 받을 수 있으니 부지런히 다닐 것을 추천한다.

풍성한 문화행사에 할인 혜택까지
공연도 다양하게 열린다. 30일 오후 5시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는 예원학교와 서울팝스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고궁음악회가 열린다. 31일 오후 6시에는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갈라쇼’가 관객을 맞는다. 서울시청 별관에서는 관객 참여형 마당극 ‘점돌이의 진실게임’이 펼쳐진다.

이 공연은 시작 30분 전에 포졸들이 행사장 곳곳에 방을 붙인 점돌이의 인상 착의를 확인하고 그를 잡아온 관객에게 사또가 용감한 시민상을 주는 퍼포먼스도 진행돼 더욱 흥미로울 것으로 기대된다.

축제 기간 정동에 위치한 문화시설들은 입장료를 대폭 낮춘다. 국내 최대 피규어·장난감 박물관인 ‘토이키노’는 입장료를 50% 할인해 6000원에 즐길 수 있다. 세실극장은 소방관 이야기를 담은 넌버벌 퍼포먼스 뮤지컬 ‘파이어맨’의 30일 오후 8시 공연료를 4만원에서 1만3000원으로 대폭 할인한다. 아시아 최초의 밀랍인형 전문 박물관인 ‘그레뱅 뮤지엄’도 성인 기준 입장료 2만3000원을 1만5000원으로 할인한다.

덕수궁 돌담길도 반드시 걸어야 한다. 이곳에는 한지로 주마등, 족자, 서책, 향첩,  제기 등을 만드는 7개의 한지 체험존이 설치돼 조선시대 때 유래한 중구의 동명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돌담길 곳곳을 누비는 어우동, 엿장수, 봇짐장수, 양반, 산적 등으로 분장한 행사 도우미들을 만나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시청 별관에는 왕과 왕비복, 궁중복, 관복, 평상복 등 다양한 전통의상이 비치돼 직접 입고 어좌대 및 병풍 앞에서 사진촬영도 하며 추억을 기록할 수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정동야행 홈페이지(culture-night.junggu.seoul.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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